토트넘 홋스퍼의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 이후 손흥민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을 게재했다.
손흥민은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인지하고 사과했다"라며 "그는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형제이고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우리는 이 일을 극복하고 단결했다. 프리시즌, 다시 하나가 돼 우리 클럽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라는 사회장의 요청에 웃으며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갖다 줘도 모를걸.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벤탄쿠르의 발언은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스테레오타입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식됐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축구팬은 물론, 유럽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같은 팀 그것도 주장을 인종차별하는 '무식한 선수'는 처음 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오랫동안 박제되는 인스타 게시물이 아닌 스토리에 글을 게시했다는 점 때문에 "진정성이 결여됐다"라는 지적이 추가로 나왔다.
토트넘 홋스퍼 측은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한국 사람들이 토트넘 홋스퍼 팀 동료인 손흥민과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말해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라며 "FA는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릴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FA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 이후 "우린 손흥민의 편에 서며 다시 한번 소셜미디어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우리는 손흥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과거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2020년 11월 자신을 응원한 팬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SNS에 '그라시아스 네그리토(Gracias Negrito)'라 썼다가 징계를 받았다.
Gracias는 카바니 모국어인 스페인어(과거 우루과이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로 '고맙다'라는 뜻이다. Negrito는 '검다'라는 형용사 '네그로'(negro)에 축소 접미사 'ito'를 붙인 것이다.
네그리토를 두고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FA는 조사 후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라며 카바니에게 3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7600만원) 징계를 내렸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2019년 9월에 팀 동료인 뱅자맹 멘디를 검은색 초콜릿 과자 캐릭터와 비교하는 SNS글을 작성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8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도 역시 손흥민처럼 당사자인 멘디가 실바를 옹호하는 편지를 썼지만 징계는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