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가 작성한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19일 군인권센터는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을 받다 숨진 훈련병이 소속됐던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에서 박 훈련병의 어머니가 작성한 편지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에서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훈련병의 엄마다. (아들이)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에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며 경례를 외치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마지막 인사를 하러 연병장에 내려온 엄마와 아빠를 안아주며 '군 생활 할 만 할 것 같다'며 '걱정 말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고 덧붙였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군대는 알까요. 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알까요. 군기 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에서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기는 할까요"라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박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5명의 훈련병과 함께 완전군장을 하고 반복적으로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지고 이틀 뒤 숨을 거뒀다.
동료와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게 된 박 훈련병이 당시 동기와 나눴던 대화는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 등의 대화였다고 한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책, 생필품 등을 넣어 26kg을 채우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더 규칙을 많이 어겼냐"며 의문스러워했다.
또 얼차려를 받으며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고, 숨 쉬는 것도 벅차했던 아들이지만 중대장이 내뱉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잖아'라는 말에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던 아들이 군말 없이 얼차려를 이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입소식 당시 무엇보다 '안전'을 강요해 훈련을 마친 아이들의 모습을 수료식날 보여주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며 "우리 아들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을 질 것이냐. 하늘 같은 생명을 어떻게 알고 있냐"며 분노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아들. 오늘 수료생 중 우리 아들만 없다"며 "국가의 부름에 입대해서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아들이 보고 싶다"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한편 완전군장을 한 채로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시키는 행위는 육군 병영생활 규정 위반이다.
박 훈련병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확인됐다.
1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는 박 훈련병을 기리는 시민 추모 분향소가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