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8일(토)

시한부 판정받고 죽기 전 손녀와 추억 남기려고 '코스프레 화보' 찍은 할아버지 (사진·영상)

X 'asobiworld'


인기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Spy x Family)'를 완벽하게 재현한 80대 할아버지와 손녀의 코스프레 화보가 화제다.


지난 15일 일본 후쿠오카에 사는 코스플레이어이자 동영상 크리에이터인 라이씨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진 두 장과 함께 특별한 사연을 전했다.


그는 평소 유튜브 채널에 딸인 마아사와 함께 모녀 코스프레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날 그가 올린 사진에는 딸 마아사와 한 노인의 다정한 모습이 담겼다.


이 노인의 정체는 그의 아버지이자 마아사의 할아버지다.


X 'asobiworld'


라이씨는 "8년 전 이혼한 후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없어졌다. 우리 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그 자리를 대신했다"며 "쭉 상냥한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돌봐줘서 고맙다"라고 아버지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라이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5년 전 어린 마아사를 안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눈을 맞추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또 다른 사진에는 최근 찍은 마아사와 아버지의 코스프레 화보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할아버지는 '스파이 패밀리' 속 기숙사장 겸 담임 선생님인 헨리 헨더슨으로, 손녀 마아사는 아냐 포저로 변신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는 헨더슨의 모습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해 감탄을 안긴다.


Instagram 'martha_rythem'


마아사와 할아버지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차를 따르는 장면, 포옹을 나누며 눈을 맞추는 장면 등 여러 포즈로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해당 게시물은 11만 개가 넘는 '좋아요'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특히 사진에 담긴 사연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Instagram 'martha_rythem'


사실 할아버지는 폐암 말기로 5개월 전 의사로부터 1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손녀와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유튜브를 통해 딸과 손녀의 코스프레 콘텐츠를 본 할아버지는 코스프레 화보로 이를 실현하기로 했다.


2023년 겨울, 가족들은 따뜻한 봄에 촬영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2월, 할아버지는 폐렴에 걸리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는 겨울에 바로 촬영하지 않은 걸 후회했으나 X 계정에 올라온 많은 응원 댓글에 용기를 얻어 지난달 5일 촬영을 감행했다.


Instagram 'martha_rythem'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몸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카펫 위에 벽지를 깔고 마아사와 할아버지를 눕힌 뒤 삼각대를 이용해 위에서 촬영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이런 놀라운 결과물이 나왔다.


라이씨는 IT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저희 집에는 인터넷이 잘되지 않아 아버지가 저희 코스프레 활동을 잘 몰랐다. 그러다 2023년 9월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유튜브 사용법을 알려드린 이후 아버지는 매일 몇 시간씩 우리 영상을 보시고 그때마다 '귀엽다', '멋지다'며 감상평을 전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몇 달 후 연말에 '스파이 패밀리' 영화가 개봉하자 아버지가 마아사와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며 "코스프레 세계에는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헨더슨 선생님이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헨더슨 선생님으로 변신할 생각에 들뜬 그의 아버지는 TV 애니메이션 판 DVD를 정주행하기까지 했다고.



라이씨는 코스프레 준비 과정에 대해 "연미복과 조끼, 바지 세트는 주문 제작으로 중국에 주문해 3주 정도 걸려서 받았다. 가발은 보통 3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는데 헨더슨 선생님의 경우 3배 정도 시간을 들여 3일에 걸쳐 완성했다. 재킷은 예상보다 회색에 가까워서 원작대로 연미복만 검은색으로 염색하기 위해 의류용 염료로 이틀에 걸쳐 염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렴으로 아버지가 입원한 지 3주가 지났을 때 퇴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산소 튜브와 산소호흡기를 상비해 자택 요양으로 전환했다. 아버지는 고통스러워했지만, 응원 댓글을 보고 힘을 얻어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잠을 자고 있어도 좋으니 코스프레 화보는 꼭 해야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고.


촬영 당시 아버지와 자녀들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라이씨는 "아버지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졌다고 하는데 사실 원래부터 머리숱이 많이 없으셨다. 가발로 긴 머리가 된 것에 대해 상당히 기뻐하시면서 거울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셨다"라고 답했다.


Instagram 'martha_rythem'


라이씨는 "많은 댓글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여러분들이 우리 가족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시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저 또한 힐링이 되었다"며 "특히 '코스프레가 이렇게 멋진 것이었구나', '코스프레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구나' 등 인정해 주는 댓글이 많아 기뻤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스프레는 자랑스러운 일본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오타쿠 세계'라는 편견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코스프레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자원봉사 팀을 만들어 코스프레를 하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 등을 해왔다. 이번에 아버지와 딸의 화보를 통해 그런 바람이 전해진 것 같다 좋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아버지는 아직 투병 중이지만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맞춰 춤을 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라이씨 역시 아버지를 위해 의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