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나라'라 불리는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당선됐다.
200년 멕시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현직 시장이 피살된 것이다.
4일(현지 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3일) 멕시코 미초아칸주(州) 코티하에서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피게로아 시장은 2021년 9월 취임한 코티하 첫 여성 시장이다. 그녀는 늘 카르텔의 폭력 행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래서인지 살해 위협이 뒤따랐다. 지난해 9월에는 인근 할리스코주 방문 도중 무장괴한에 납치돼 사흘 만에 풀려난 바 있다.
멕시코 당국은 이후 피게로아 시장에 대한 개인 경호를 강화한 상태였다.
당시 납치범들의 신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소속 갱단원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했다.
피게로아 시장을 살해한 배후로도 CJNG가 지목됐다. 현지 매체는 CJNG의 명령을 받는 '세포 세력'으로 알려진 칼라베라스라는 조직이 "우리가 피게로아 시장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24시간도 안 돼 발생했다.
투표일 전후로도 20여 명의 후보와 선거 운동원 등이 숨졌다. BBC는 "정치인에 대한 만연한 폭력으로 두 여성 후보가 출마한 멕시코 대선이 무색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은 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요 의제로 떠오른 마약 카르텔과 갱단 문제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갱단에 들어가지 않도록 교육,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사법부 간의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범죄의 근본 원인을 고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멕시코에서는 5년 연속 연간 3만 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2022년 기준 총 실종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