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우월주의 국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한반도(22만㎢) 9배가량 면적(197만㎢)에 1억 3,000만 명이 살고 있는 멕시코에서 정치권 '유리천장'이 처음으로 깨졌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멕시코에서는 1824년 연방정부 수립 헌법이 제정된 후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INE는 전국의 투표를 반영하는 신속 표본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오차범위는 ±1.5%다.
현지 매체들은 미국보다 더 빨리 여성 대통령이 선출된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며 역사적인 선거라고 평가했다.
셰인바움은 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요 의제로 떠오른 마약 카르텔과 갱단 문제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갱단에 들어가지 않도록 교육,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사법부 간의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범죄의 근본 원인을 고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멕시코에서는 5년 연속 연간 3만 건 이상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2022년 기준 총 실종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멕시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는 38명의 후보가 암살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선거 기간마다 후보자가 '마약 카르텔' 등의 범죄 조직에 의해 살해되거나 납치되는 소식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자기 이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들을 살해하는 행위가 일상화됐다.
올해 역시 게레로주 코유카데베니테스 시장 후보 알프레도 카브레라가 유세 도중 괴한에 의해 총격으로 숨졌고, 푸에블라주 후보자 또한 유세 후 이동 중에 괴한에게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셰인바움은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전공한 뒤 기후학자로 활동하다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6년까지 시 환경부 장관을 지내다 멕시코 남부 틀랄판 시장을 거쳐 2018년부터 올해까지 여성 최초로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임기로 한 번만 재임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하며 집권은 2030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