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애견 유치원에 맡긴 강아지가 자동차 트렁크에 갇혀 고통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임시보호 중이었을 당시 테리 / 사진 제공=A씨


유기견 보호소에서 생활하다 어렵게 진정한 가족을 만나게 된 강아지 테리.


이제 '꽃길'만 걷나 싶었던 녀석은 애견유치원에 갔다가 뜨거운 차량 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테리의 보호자 A씨에 따르면 테리는 신림동의 한 애견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다.


해당 유치원은 견주 집에서 직접 강아지를 픽업해 돌보다 저녁에 다시 집에 데려다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임시보호 중이었을 당시 테리 / 사진 제공=A씨


2023년 7월부터 한 달에 2-3번 정도 테리를 유치원에 맡겼던 A씨는 지난 22일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다음날(23일) 테리 위탁을 요청했다.


약속한 날 오전 9시 30분께 애견유치원 사장 B씨가 집에 와 테리를 픽업했다. 이후 이날 오후 6시, A씨는 테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이날 애견 유치원 픽업 차량 안에는 테리와 다른 견주의 강아지까지 총 2마리가 각각 트렁크 켄넬 안과 1열에 있었다. 그런데 애견유치원 사장 B씨는 테리를 트렁크에 둔 채 1열에 있는 강아지만 데리고 유치원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테리가 차에 남아있던 그 시간 서울은 최고 26도까지 올랐다. 밀폐된 차량, 특히 켄넬 안은 더욱 더웠을 터. 사장이 뒤늦게 테리가 생각나 차에 갔을 때는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였다.


임시보호 중이었을 당시 테리 / 사진 제공=A씨


애견유치원 사장 B씨가 테리를 데리러 갔다고 진술한 시간은 오후 3시. 그러나 테리의 견주 A씨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A씨는 "테리 사태에 대해 연락을 받은 것은 오후 6시경이었다"며 "사장에게 테리를 병원에 데리고 가 보았는지 물었으나,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했다. 6시에 당장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고 하였으며, 병원에 도착해 원장으로부터 들은 소견에 따르면 테리는 차량 및 켄넬 내부의 높은 온도 및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치원 건물 1층 및 인근 건물에 동물 병원이 2곳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리를 발견한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그리고 3시간 동안 견주에게 상황을 전달하지 않고 뒤늦게 연락했다는 점이 수상했다"면서도 일단 테리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사장에게 차량 블랙박스 SD 카드를 우선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임시보호 중이었을 당시 테리 / 사진 제공=A씨


그런데 A씨는 블랙박스를 살펴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테리가 혼자 차량에 갇혀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상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A씨가 데이터 복구 업체에 문의해본 결과 파일을 삭제한 흔적은 없으나 SD 카드 용량이 꽉 찼다 하더라도 가장 오래된 과거 파일부터 삭제되어야 하기에 가운데 시간대가 비어있는 점은 충분히 수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복구 업체는 전문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A씨는 "물론 차량 블랙박스가 충격이 감지 됐을 때만 녹화가 되기 때문에 차량을 주차해둔 10시부터 오후 6시경 까지의 녹화 기록은 없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치원 사장의 진술대로 오후 3시에 테리를 발견했다면 테리를 꺼내기 위해 차량 트렁크를 여는 과정에서 충격 감지 녹화가 시작되었어야 하는데 관련 기록이 통째로 없는 상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테리를 진짜 3시에 발견한 것이 맞는지', '발견한 이후 무엇을 했길래 병원도 데려가지 않고 세시간이 지나서야 견주에게 연락을 했는지', '그 시간동안 블랙박스 기록 삭제를 하느라 응급 조치 및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인지' 등 여러가지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A씨는 이를 해결하고자 애견 유치원을 다시 찾아갔고, B씨는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한 뒤 그동안 변호사를 선임했다. 또한 남자친구와 지인을 대화 장소로 불렀다.


A씨는 "지인의 직업을 찾아보니 휴대폰을 판매하는 사람이라 유치원 사장이 그를 통해 블랙박스 SD카드를 흔적이 남지 않게 지운 것이 아닐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A씨는 "반려견 방치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해당 애견유치원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매일 하루에 약 10-20마리의 애견들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다른 애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