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재연시험 분석 결과..."도현이 할머니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 강릉소방서


2022년 12월, 故 이도현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추가 재연 시험이 전날(27일) 진행됐다.


국내 첫 재연시험이었던 이 시험에서는 운전자인 할머니(A씨)가 '페달 오조작'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할머니에게 잘못이 없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7일 A씨 측은 19일 강원 강릉 초당동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직접 진행한 사고 당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작동 여부를 살펴보는 시험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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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현재 사고 차량 제조사와 7억 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고인 A씨 측은 당시 진행됐던 '변속장치 진단기'를 이용한 감정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제조사 측이 "변속 패턴 설계자료에 기해 EDR 데이터상 가속페달 변위량 100%(풀액셀 상태)에서 RPM이 5900에서 4500으로 떨어진 것이 변속기어가 3단에서 4단으로 변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당시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된 기어 변속 정보로 실험한 내용과 변속패턴 설계 자료 상 예측 속도를 비교했을 때 10개 구간 중 5개 구간이 '완전히 다름'으로 나왔다. 변속패턴 설계자료와 실제 주행이 일치한 것은 2건이었고, 나머지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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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구간에서는 심지어 설계상 예측 속도와 실험 시 속도가 80km/h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변속패턴 설계자료가 해당 사안에 적용되는 '진실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재연시험에서 변속패턴대로 속도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제조사 측 주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연시험에서는 변속단수, RPM, 속도 등이 기록된 주행데이터 상에서도 국과수 분석 결과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첫 급가속으로 모닝 차량을 들이받았던 1차 사고 당시를 가정해 실시된 실험에서는 더욱 판이하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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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고 직전 사고 차량이 변속레버를 '주행(D)'으로 놓고 40㎞/h로 달리다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시험에서는 속도가 40㎞/h에서 73㎞/h로, RPM은 3000→6000으로 급변했다. 기어는 4→2→3으로 변속됐다.


당시 속도가 주행 속도가 40㎞/h, RPM이 6000~6400으로 일정했으며 변속레버가 중립(N)이었다는 국과수 분석과 전혀 달랐다.


앞서 나온 '음향분석' 감정에서 "굉음 직전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A씨 측은 주행 시험 결과를 더한다면 "국과수의 분석은 완전히 틀렸다는 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모닝 추돌 이후 상황을 가정해 풀 액셀을 밟았을 때도 주행데이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사고 당시 다른 카메라 영상 / YouTube '한문철 TV'


재연시험에서는 시속 44㎞→120㎞까지 18초가 걸려 높고 빠르게 가속이 이뤄진 반면, 국과수는 40㎞→116㎞까지 24초가 걸렸다고 분석해 상대적으로 낮고 느리게 가속됐다.


RPM 그래프도 재연시험은 단순한 직선 형태를 보였지만 국과수는 여러 굴곡이 생기는 형태를 띠었다. 변속패턴 역시 재연시험(4단→2단→3단→4단)과 국과수 분석치(2단→3단→4단→3단→4단→3단) 간 차이가 현저했다.


감정인은 "가속페달과 변속기어 주행 형태를 볼 때 풀 액셀로 주행할 경우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과 같은 변속기어 패턴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110km/h에서 5초 간 풀액셀을 밟은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을 때도 속도가 각각 124㎞/h 130㎞/h가 나와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116㎞/h)보다 속도 증가 폭이 컸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27일 강릉의 한 교회에서 지난달 진행된 재연 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A씨 측은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라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또 EDR이 할머니가 사고 전 마지막 5초간 풀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하면서도 속도가 110㎞/h에서 116㎞/h로 6㎞만 증가한 점 그리고 모닝 추돌 후 40㎞/h에서 116㎞/h로 오를 때까지 무려 24초가 걸린 것은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A씨 측이 줄곧 주장해온 EDR의 신뢰성 상실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속 할머니는 사고 당시 "이게 왜 안 돼"라고 외치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바 있다.


한편 다음 달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A씨 측과 제조사의 법정 다툼이 이어진다. 이번 재연 시험 결과를 두고 법리적 다툼이 팽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