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에서 전국 796개 학교 5만 4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평균 시작 연령은 2021년 기준 14.1세였다.
어린 나이만 충격적인 게 아니다. 2022년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 4명 중 1명은 피임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몇몇 성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콘돔 대신 라면 봉지, 고무장갑 등을 피임 도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이른바 '고딩엄빠'로 불리는 청소년 임신 및 출산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중이다.
일부 학생들은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걸렸음에도 두려운 마음에 부모님께 알리지 못하고 있다가 불임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때문에 청소년기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성적인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줘야 하고, 성적 학대나 성폭력과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성병이나 임신과 같은 문제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여기서는 10대 학생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간단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 성 상식 4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1. 청소년도 콘돔을 살 수 있다
과거 한 학부모가 편의점을 찾아 '고등학생인 내 아들에게 콘돔을 팔며 어떡하냐'라고 따진 사건이 있었다.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사춘기인 자녀를 두고 있음에도 미성년도 편의점에서 콘돔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청소년도 합법적으로 콘돔을 살 수 있다. 다만 성인과 달리 표면이 오돌토돌한 '돌기형 콘돔'이나 사정을 늦추는 '사정지연형 콘돔'은 구매가 불가하다.
콘돔의 구매 장소에는 제한이 없다. 편의점과 약국은 물론 H&B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엔 성인 인증 절차를 해야 하므로 청소년의 접속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10대 학생들의 콘돔 구매가 쉽지 않은데, 이는 청소년이 콘돔을 사는 것을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전히 콘돔 판매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이에 일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자체적으로 미성년에게 콘돔을 판매하지 않기도 한다.
중요한 건 콘돔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에 대한 청소년의 호기심이 감소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콘돔을 사지 못하게 막는 것은 임신 또는 성병의 위험성을 높이고, 비닐랩이나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등 안전하지 않은 관계를 가지게 만들 수도 있다.
2. 자위행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성욕은 흔히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로 꼽힌다. 성인이든 미성년이든 성은 뗄 수 없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더욱 그렇다.
자위행위는 성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성적인 자신감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성적 충돌을 조절하고 일반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방출하는 기능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상적인 행동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연적인 감정인 것이다.
다만 자위행위 횟수가 너무 잦거나, 자극적인 음란물을 통한 자위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청결하지 못하거나 타인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자위행위를 즐기는 행동은 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체력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 등 일상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또 사춘기 시기 잦은 자위행위는 성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만약 키가 또래 친구들보다 작은 편이라면 자위 횟수를 줄이고 성장클리닉 등을 방문해 전문적인 진단과 성장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사귄다고 해서 성관계가 허락되는 건 아니다
과거 고3 학생이 사귀고 있는 고1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학생은 성폭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남학생 측은 '사귀는 사이에 왜 허락을 받고 관계를 가져야 하느냐'며 반박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학생들 중에는 '키스를 했으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사귀는 사이라도 몸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성관계에 한 번 동의했다고 해서 다음의 성관계까지 동의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확실하지 않은 성관계는 거절하는 것이 옳다.
상대방이 거절하면 '거절'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하다.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속마음은 그게 아닐 걸, 부끄러워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인식이다.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성관계는 명백한 성폭행임을 인지해야 한다.
성관계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생명 윤리의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성관계를 가지기 전에는 충분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4. 성병에 걸렸다고 문란한 사람은 아니다
성병은 성관계 또는 성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전염성 질환을 말한다. 대중에게는 매독, 임질 등 세균성 성병과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성병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성병의 발병 원인이 문란한 사생활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성관계 횟수와도 관계가 없다. 한두 번의 관계로도 성병에 걸릴 수 있다.
세균성 성병의 경우 성생활을 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도 감염된다.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어서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경우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성병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남성의 경우 횟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세균이 역류해 감염되는 게 상대적으로 드물고 잠복기가 길어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성관계가 금기시되는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문제들이 크게 나타난다.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불임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성관계가 의심된다면 부모님께 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