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다음주에 맛있는 거 먹기로 했는데"...'수류탄 사고'로 숨진 훈련병의 엄마가 쓴 글

사고가 발생한 32사단 / 뉴스1


32사단 수류탄 사고로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가 쓴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위문편지 앱 '더캠프'에는 지난 21일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로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 A씨는 "하늘나라로 간 32사단 ○○○ 훈련병 엄마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생각보다 군 생활 할 만하다고 훈련을 받을 만하다고, 다음 주에 맛있는 거 먹고 영화도 보자는 말에 '좋아요'라고 했던 우리 아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더캠프 캡


A씨는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하나뿐인 아들을... 목소리에서 제법 군인다운 씩씩함이 느껴졌던 우리 ○○이"라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보고 싶다고, 너무 보고 싶다,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힘내시라. 다음 주에 볼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고 했던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라며 "어쩌다 이렇게 처참하게 먼저 떠나야 하는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라고 했다. 


A씨는 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여 입대한 우리 아들이 왜 이런 위험에 노출되었고 사고로 이어졌는지, 그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지"라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보고 싶어 아들을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 비통함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고통 속에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 뉴스1


A씨는 사고 이후 남은 훈련병들이 받았을 충격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같이 훈련받았던 어린 훈련병들이 부디 트라우마 없이 자대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사랑하는 우리 ○○이 마지막까지 잘 보내겠다. 깊은 애도에 감사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위로가 이어졌다. 


이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부디 마음 잘 추스르고 장례 잘 치르기를 바랍니다", "아들을 보낸 깊은 슬픔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요" 등의 댓글을 남겼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1일 오전 9시 50분께 세종시에 있는 육군 32사단에서 진행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훈련을 받던 A씨의 아들이 심정지 상태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소대장 B씨는 손과 팔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류탄 투척 훈련은 통산 양일간에 걸쳐 사전학습, 모형 수류탄 투척, 수류탄 기초학습, 연습용 수류탄 투척, 실수류탄 투척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전체 교육 대상 훈련병은 235명으로, 주변에 있던 훈련병들이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숨진 훈련병을 비롯해 사고를 목격한 훈련병들은 다음 주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이 예정돼 있었다. 


육군본부는 사고 발생 직후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실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도록 전군에 지시했다. 


또 유족지원팀을 파견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에서 치료 중인 소대장 B씨의 치료를 돕고 참혹한 사고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훈련병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정신건강팀도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