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 노점상˙지하철 청소하며 모은 전재산 12억 기부하고 떠난 홍계향 할머니

홍계화 할머니 장례식 / 사진 = 성남시 


노점상, 지하철 청소, 공동 노동자로 일하면서 반평생 넘게 모은 전 재산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90) 할머니가 별세했다. 


22일 성남시는 "지난 19일 홍 할머니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며 "생전 밝힌 뜻에 따라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주택은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홍 할머니가 기부한 다세대주택은 현재 시세 12억원의 건물로 중원구 성남동에 위치한 4층 규모의 건물이다. 기부 약정 시점은 2014년으로 홍 할머니가 2002년부터 별세하기 전까지 여기에서 살았던 곳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를 결정한 홍 할머니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할머니는 21살에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서울로 상경해 김·미역 노점상, 폐지 줍기를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왔다. 


49세가 되던 1983년 홍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성남에 정착했다. 그는 지하철 청소, 액자 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번 돈으로 성남에 처음 집을 마련했고 그 집에서 2002년부터 별세 전까지 살았다. 


홍 할머니는 슬하에 딸이 한 명 있었지만 2010년 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도 2013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할머니는 남편 마저 떠나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6월 홍 할머니는 전 재산을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기금에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성남시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부 후에도 할머니는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쉬지 않았고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까지 약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할머니는 낙상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돼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를 해왔다. 지난 2월에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전날 저녁 빈소를 찾아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홍 할머니는 이날 화장을 마친 뒤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