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이 자국 기업과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구제조치를 강화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미 대선 이후 각종 외교·안보적 상황과 미국의 경제정책, 그에 따른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국회 세미나가 열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돼 집권 2기를 맞을 경우, 관세를 통한 대외 통상 압박과 제재 강도가 높아질 전망인 가운데 달러 약세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가능성, 타국 통화 절상 요구 등이 한국의 모든 경제 분야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이번 세미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의원은 20일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당선될 집권 세력별 경제정책의 변화 가능성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야별로 점검, 한국 정부 대외경제정책 기조의 향방을 진단하고 대미무역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진단하는 국회 세미나를 오는 23일 조세금융신문사 주관으로 개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는 이날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미국의 경제정책과 그에 연관된 각종 외교·안보적 상황,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등을 개관하고 11월초 미국 대선 이후 당선자별 예상되는 변화 가능성을 분야별로 짚어보는 이유와 의미를 설명한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경제를 이끄는 기업과 경제정책 싱크탱크, 22대 국회와 행정부가 미 대선을 계기로 착목해야 할 재정·금융·통상·거시 정책적 화두를 제시할 전망이다.
미국이 대선 후 자국 수출기업에 세금혜택이나 보조금 등 직간접 재정지원을 제공하거나 원자재 시장에 개입, 가격이나 비용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자국 정부가 강하게 제재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을 단행, 한층 촘촘하고 강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세미나 주제 발표를 밭은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반덤핑관세(AD) 및 수출국 보조금 상계관세(CVD) 조치와 관련한 미 상무부 판단의 법적 근거와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한 '무역구제조치법' 개정(4월28일 시행)의 세부 내용과 한국 정부 및 대미 한국 수출기업들이 눈여겨 봐야 할 핵심 이슈들을 간추려 설명한다. 박 변호사는 "개정 법령은 특히 수출국 정부가 재산권 보호나 인권, 노동, 환경 보호가 취약하다면 이를 통해 수출품 제조원가가 낮아졌다고 판단해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총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며 관련 대응을 당부했다.
세미나 토론자로 나온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미리 공유한 토론문에서 "중국을 필두로 지구촌 남반구 주도국들이 달러 헤게모니의 특권 및 그에 기반한 각종 제재 위협을 의식, 탈(脫) 달러화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의 파괴력에 대항해 비트코인 등 대안 통화나 비달러 지급결제망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도 증대되고 있다"고 세계 금융·거시 환경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한 트럼프의 약(弱) 달러 정책이 오히려 달러 헤게모니 붕괴에 대한 투기를 유발, 1970년대 초 닉슨쇼크와 같은 국제 통화 및 금융질서의 혼돈과 재편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진선미 의원 요청으로 처음 철강업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문제를 정리한 보고서를 낸 정미정 국회 입법조사관은 토론자로 나서 "국제규범이 미·중의 이익과 위계질서만 반영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규칙을 추구하고자 하는 생각을 공유하는(like-minded) 국가들과 연대하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 (CPTPP) 가입을 제안할 예정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지선 수석연구원은 한미 간 철강 상계관세 소송의 함의와 전망을 간략히 소개하고 최근 세계 철강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환경 이슈를 설명한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알루미늄 협정(GSSA)'의 제도 개요와 함의, 경쟁시장에서 한국 철강업계의 지향 방향을 제시한다.
송두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문위원도 토론자로 나와 미 대선 전후 금융환경을 진단하고 트럼프 당선시 예상되는 미국발 '반(Anti) ESG 금융' 역풍 확산 가능성을 제시한다. 송 위원은 아울러 미 대선 이후 미국발 금리 충격(급격한 금리인하)이 현실화 될 경우 신흥국 부채 위험으로 전이, 가뜩이나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 대출 등이 부실화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로 시한폭탄을 품은 상황인 한국 금융경제에 설상가상의 위협으로 작용할 위험성도 제기할 예정이다.
서구 중심에 수동적으로 이식된 한국경제를 비판해온 송기호 변호사도 토론자로 나와 자국 이익만을 위해 WTO 등 다자간국제무역협력 질서를 무시해온 미국의 통상정책을 비판하며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한국의 대미통상은 한국의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역할과 비중이라는 지렛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국제무역협력제도를 깊이 연구해온 이동은 카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이날 세미나 토론 좌장을 맡아 한국사회의 과제를 종합, 제시할 예정이다.22대 국회의원으로 4선 의원이 된 진선미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정확히 배워 22대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귀한 계기로 삼겠다"고 세미나 주최 배경을 밝혔다.
함께 세미나를 주최한 홍성국 의원은 "국내총생산(GDP)가 27조 달러인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9%인데, GDP 1.6조 달러인 우리나라는 1.7%로 더 낮은 수준"이라며 "국가경제 이데올로기와 장기성장전략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정책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