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아시아코끼리가 죽은 아기 코끼리를 땅에 매장한 흔적이 발견됐다.
6일(현지 시간) 과학 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 북부 서벵골의 한 차 재배지 인근에서 새끼 아시아코끼리 5마리가 묻힌 채 발견됐다.
구체적인 매장 장소는 배수로, 숲 강가 등이었다.
아시아코끼리가 아기 코끼리를 땅에 매장한 사례는 처음이다. 이전까지 아프리카코끼리들이 풀과 나뭇가지, 흙 등을 죽은 동료 위에 덮거나 조문하듯 죽은 개체를 찾아오는 모습이 보고된 적이 있다.
아시아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오른 멸종위기종으로 인도에는 전 세계 아시아코끼리의 60%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조사가 진행된 벵골 북부에는 500마리 이상의 아시아코끼리가 살고 있다.
아기 코기리들은 모두 등이 땅에 닿은 상태로 묻혔다. 머리와 몸통은 땅속에 완전히 묻혔지만 다리 일부는 흙 위로 튀어나왔다.
매장된 사체의 등 표면에는 타박상과 병변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 상처가 코끼리들이 사체를 다른 곳에서 매장지까지 끌고 오면서 생긴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 서벵골산림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코끼리 두 마리가 축 늘어진 아기 코끼리를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다. 아기 코끼리를 부검한 결과 사인이 호흡 부전 혹은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나타났다.
매장지 인근에서 발견된 배설물, 발자국 등을 분석한 결과 아기 코끼리 매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코끼리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끼리들이 매장을 끝내고 난 뒤 30~40분간 코로 큰 소리를 내는 모습이 관찰됐다.
매장지는 주민들의 거주지와 150~3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일부는 보호림에서 4km 떨어진 곳도 있었다. 코끼리들은 아기 코끼리를 주로 차 재배지 또는 배수로에 파묻었는데 매장이 용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죽은 동료에 대한 애도, 매장 행동이 관찰된 동물은 영장류, 고래류, 코끼리 등이다. 모두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이다.
죽은 코끼리를 애도하는 것은 아프리카코끼리 무리에서 관찰된 바 있지만 매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동물원 체이스 라듀 박사는 "코끼리가 죽은 친척을 향해 독특한 애도를 보이는 것은 이전에도 관찰된 바 있지만 이번 연구처럼 코끼리 새끼를 매장지로 옮기고 체계적이고 의도적으로 매장한 사례는 최초"라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다만 코끼리가 사체를 묻는 행위를 인간의 시각인 '장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동물학자들은 매장이 애도의 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코끼리를 30년 이상 연구한 동물학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는 책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의례는 다르지 않으며, 동물들 또한 의례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례는 순전히 인간적인 관점의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듀 박사는 코끼리의 매장 행위가 굉장히 이례적인 점은 인정하면서도 "코끼리의 정신적, 감정적 영역은 여전히 인간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는 접근 방식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