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클린스만은 '원래' 이런 사람...이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책임질 시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전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선수들의 실수와 퍼포먼스 저하도 문제였지만 다른 문제가 즐비했다.


세부 전술은 없었고 상대의 패턴을 분석한 티도 나지 않았다. 상대가 전술에 변화를 가져가도 우리는 하던 대로만 했다. 선수 교체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나온 문제를 또 반복했다. 16강, 8강전에 나타난 문제도 답습했다. 개선된 점은 하나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는 '폭망'이라는 게 자명해졌다. 하지만 냉정히 이게 다 클린스만 감독의 잘못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잘못이 없다(?)는 게 축구팬들의 중론이다.


GettyimagesKorea


2004년,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위해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다. FC바이에른 뮌헨에서 경질될 때도, 미국 대표팀에서도 비판을 받을 때도 헤르타 베를린에서 '페이스북 사임'을 했을 때도 늘 똑같았다.


그래서 축구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부임설이 떠오를 때부터 반대했다. 절대 안 된다고 목놓아 외쳤다. 그 누구도 환영해 주지 않았다. 협회 감독선임위원회의 뜻과도 맞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오로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뜻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뉴스1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 임명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비판에 대해 수용을 거부하며 "클린스만 감독은 신뢰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국에 좋은 유럽파 선수들이 많지만, 군대 문제 등의 이유로 일본처럼 많이 내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K리그를 경쟁력 있게 만들어서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고 유럽에 나간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라며 "20세 대표팀 선수들도 과감하게 기용하겠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부임 후 승이 없었던 클린스만 감독을 두고 비판 여론이 쏟아지던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럽 원정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뉴스1


당시 원정에 동행했던 스포티비뉴스에 따르면 정 회장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직접 제안해 영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니,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지켜보기를 바라는 의견을 취재진들에게 냈다고 한다.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성공한 뒤에는 공개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찬양했다.


정 회장은 카타르 현지 아시안컵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들에 공개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토트넘 회장하고 직접 통화도 하는데, 손흥민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다음 날 회복훈련을 곧바로 한 것도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 덕분 아니겠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뉴스1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경험이 많아서인지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릴 줄 안다"라며 웃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든든한 뒷배가 바로 정 회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클린스만 감독으로 인한 문제는 결국 정 회장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때문에 축구팬들은 "클린스만 나가고, 정몽규도 나가라"고 외치고 있다.


모두가 만장일치로 정몽규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찬반 의견이 엇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입장 표명은 필요해 보인다.


뉴스1


한 축구팬은 "승부조작범 일방 사면 사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게 해준 건 오로지 아시안컵 때문이었다. 결과가 처참했으니 어물쩡 넘어간 잘못도 더해서 책임을 지라"고 마해 공감을 얻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표팀에 대한 인기가 높은 상황이다. 여성팬의 대량 유입으로 인해 아이돌 팬덤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인기 증가 자체는 미래를 봤을 때 무조건 긍정적이다.


2년 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얻고자 한다면, 아시안컵의 실패를 약으로 삼아야 한다.


뉴스1


"지켜봐 달라"는 말만 남긴 채 사람은 그대로라면 많은 팬들이 다른 컨텐츠를 찾아 떠나게 될 수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