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월)

'학폭+부모님 조울증·치매'로 공부 포기했던 청년, 배달부로 일하면서 6년째 의대 준비

YouTube '미미미누'


가난 때문에 과학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학폭)을 당하고 재수 중 배달 일을 하다 급성 패혈증까지 겪은 20대 남성의 사연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에는 '헬스터디 시즌 2'에 참여할 최종 합격 수험생이 공개됐다.


'헬스터디'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N수생을 대상으로 그해 수능 시험까지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해 주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는 대입 콘텐츠다.


약 4천 명의 지원자 중 합격한 정순수(25)씨는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으나 고등학교 입학 후 모든 것이 변했다고 했다.


YouTube '미미미누'


선생님의 추천으로 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 정 씨는 "입학하면서부터 (과학고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치동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무리가 형성돼 있고, 대학 수학까지 끝내고 온 애들 사이에서 진도를 못 따라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발표를 하면 애들이 낄낄거리고 웃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정순수랑 같은 팀 하면 망한다'고 놀리거나 같이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없어 혼자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된 건 친구 세 명이 정 씨의 노트북을 뒤지다가 집안이 가난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한 친구가 가난하다는 걸 까발리겠다고 협박했는데, 들키면 안 되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웠다. 저러다가 자살이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고 비꼬듯이 말하는데 좀 많이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땐 한 친구가 정 씨는 노트북을 밟아 부수며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됐다. 그는 "과고 입학 선물로 아버지가 사준 노트북이었다. 친구가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 대학생 되면 과외해서 갚겠다고 했다. 대학생이 됐는데 잠수를 타는 거다. 제가 수시에 다 떨어져서 재수를 해야 했다. 노트북을 사서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했기에 20살 때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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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에서 모두 떨어진 정씨는 재수를 준비했으나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한 노트북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갔고, 결국 그는 하루 12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


정 씨는 "배달을 하다 사고가 났다. 아스팔트에 갈려 전신이 다 까졌는데 병원비가 아까워 집에서 방문을 닫고 혼자 연고를 바르고 치료했다"면서 "며칠 뒤에 아버지가 발견했는데 제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급성 패혈증이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죽을 뻔했다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는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나. 가난하면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배달 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정 씨의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리게 됐다. 그는 "아빠를 대학병원에 데려가서 치매와 파킨슨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의사가 '네가 의대생이라도 되느냐'며 무시당했다. 응급실에서 입원이 안 된다고 했다. 아빠가 살도 40kg까지 빠져있는데 어쩔 수 없이 집에 데려왔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는데 암울해서 죽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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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하더라. 학폭 당한 것도 내 잘못 아니고, 엄마 아빠 아픈 것도 내 잘못 아니지 않냐"며 "아빠한테 너무 미안했다. 과학고 간다고 하지 말고 일반고 가서 잘해서 의대 갔으면 아빠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면서 "동정이나 연민 말고 응원이나 격려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폭과 가난이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오픈하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이런 것도 없는데, 그거 다 내려놓고 족쇄 같은 거 채워진 거 깨버리고 도망치지 않고 정면 돌파하고 싶다.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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