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다쳐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의사가 컴퓨터단층촬영(CT)을 권유하자 만취한 보호자가 폭언을 쏟아내고 폭행까지 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 6일 오전 12시 18분께 강원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이날 30대로 보이는 여성 환자 1명과 비슷한 나이대로 추정되는 남성 보호자 1명이 119를 통해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의학과 의사 A씨는 여성 환자가 낙상사고로 머리가 심하게 부은 것을 확인하고는 CT 촬영을 권했다.
두개골 골절과 두개골 내 출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설명을 들은 보호자 B씨가 갑자기 A씨를 향해 "이런 일로 CT를 찍냐"며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시 B씨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재차 CT 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B씨는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 "말투가 건방지다",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의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B씨의 난동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경찰 출동 이후에도 B씨의 소란은 1시간 넘게 이어졌고 응급실 업무가 마비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환자들이 입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상해 진단과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B씨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응급실 주취자 난동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용자 수는 8722명으로 전년 6402명 대비 37%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만취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조폭이 자신의 옷을 찢고 응급실 문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렸다.
또 같은 달 1일에는 제주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가 제지하는 보안요원을 폭행한 40대 남성이 입건됐다.
주취자 난동으로 인한 의료진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가운데 위급한 환자가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