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방안 연구 등을 총괄하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선임연구원이 최근 과로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이 지난 21일 실험 중 폭발로 순직한 사건에 이어 들려온 한국 과학자의 비보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KIDA에서 무기획득사업을 책임지던 50대 A 분석단장은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KIDA 연구실에서 "몸이 안 좋다"며 조퇴했다가 자택에서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최선임 연구원 직급인 책임연구위원이었던 A 단장은 KF-21 보라매 첫 양산사업 타당성 조사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KF-21 초도 생산 물량 감축을 제언했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여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KF21 성능에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돼 초도 양산 물량을 당초 계획한 40대에서 20대로 줄이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개발사 측과 입장이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F-21은 올해 1월 초음속 비행에 성공하는 등 4.5세대 첨단 전투기로서 성능을 입증했지만 아직 공대지 미사일 능력을 갖추지 못해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A 단장은 '양산하면서 미사일 성능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개발사 측과 절충안을 찾으려 수일간 밤을 새웠다고 한다.
매체는 "A 단장 본인이 KF-21 개발에 딴지를 건 것으로 오해받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기 관련은 모든 게 다 기밀이라 제대로 해명도 못 하고 속앓이를 한 것으로 안다"는 소식통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가 전한 소식통에 따르면 무기 체계 전문가인 A 단장은 지난 20년 동안 KIDA에 근무했으며, 그의 손을 거쳐 간 주요 무기만 4~5가지가 된다.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ADD 연구원이 지난 21일 실험 중 순직한 데 이어 A 단장의 비보까지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K방산의 숨은 주역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예산안에는 KF-21 보라매 최초 양산사업 예산 2387억원이 반영됐다.
국방부 예산안이 지난 9월 1일 국회에 제출됐을 당시에는 KF-21 최초 양산 예산이 담기지 않았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른 국방 예산이 정부안 대비 3994억원 감액되는 대신 KF-21 양산사업에 예산이 배정됐다.
내년부터 전투기가 본격 양산되면 2026~2028년 초도 물량 40대가 공군에 인도된다. 계획대로라면 2032년까지 80대가 추가로 인도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내년 2월 중동 최대 규모로 열리는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 2024'와 아시아 지역 최대 에어쇼인 싱가포르 에어쇼 2024에서 KF-21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