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화)

한평생 이웃 위해 산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별세...마지막 봉사는 '시신 기증'

공도연 할머니의 영정과 훈장증 / 의령군


50년 넘게 봉사와 기부를 이어오며 '의령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도연 할머니가 향년 82세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해부학 연구실에 시신을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난 20일 경남 의령군은 공 할머니가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의령군 관계자는 "공 할머니의 빈소가 경남 창원시에 차려진 탓에 사망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 할머니는 17세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해 이웃에게 밥 동냥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다. 


의령군 유곡면 마을주민들이 공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지난 1976년 당시 송산 국민학교에 건립한 '사랑의 어머니' 동상 / 의령군



그럼에도 봇짐장사 등을 하며 밤낮으로 일했고 30대에 접어들어 형편이 나아지자 본격적인 기부와 봉사에 나섰다. 


1985년 주민 의료시설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공 할머니는 대지 225㎡(약 68평)를 구입한 후 의령군에 기탁해 송산보건진료소를 지을 수 있게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선뜻 내놓았고, 매년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하는 등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부를 이어왔다. 


공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된 후에도 손수레를 끌며 나물을 내다 팔거나 고물을 주워 번 돈으로 기부를 이어갔다. 


공도연 할머니 / 의령군


공 할머니는 박정희 대통령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든 정부로부터 선행과 공적으로 표창만 60번 넘게 받았다. 


공 할머니는 2020년 9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자 포상금 50만원에 본인 돈 50만원을 보태 마을에 기부했다고 한다. 


1999년부터 봉사 일기도 꾸준히 썼다. 


할머니는 일기장에 "제가 가난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가난한 사람을 돌보아 주고 싶었고, 어려울 때 같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더욱더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고 싶었다"고 썼다. 


공도연 할머니 / 의령군


유족들에게는 "물 아껴 쓰고, 환경 오염시키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자식 2명은 낳아야 할 건데"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자녀들은 할머니의 뜻에 따라 공 할머니의 시신을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실습용으로 경상국립대에 기증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공 할머니의 남편 박효진 할아버지의 시신 역시 같은 곳에 먼저 기증됐다. 시신을 병원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유족이 거두기까지는 2~3년이 걸린다. 


할머니의 장남인 박해곤 씨는 "발인을 못 해 자식으로 마음이 안 좋지만, 이것도 어머니의 뜻이었다. 차가운 병원에 누워계시지만 아버지와 같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