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과 아들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너무 비슷해요..."
논리정연하고 때로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줬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순직 군인 엄마의 한마디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15일 한동훈 장관은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렸으나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와 만남을 가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홍 일병 모친과 면담했다.
면담 시간은 당초 예정을 훌쩍 뛰어넘는 1시간 이상이었다. 1시간을 넘게 면담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한 장관이 이런 부분에 평소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이날 자리는 홍 일병 모친 박미숙씨가 한 장관에게 국가배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노력을 당부하기 위해 요청해 마련됐다.
면담 내내 박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했다. 자신의 아들만 대변하는 게 아닌, 군 의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심정까지 대변했다.
박씨에 따르면 홍 일병은 2015년 입대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 하지만 상급병원 이송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입대 7개월 만인 2016년 3월 하늘의 별이 됐다.
유족 측은 군 당국이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보상금 외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자칫 이중 배상이 될 수 있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씨는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면담 도중 한 장관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씨가 "장관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과 아들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비슷하다"라고 말하자 순간적으로 나온 눈물이었다.
한편 이날 한 장관은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개정안에는 개정안은 전사·순직한 군인·경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통 법 개정을 할 때는 '이미 결정된' 사항들에만 적용이 되는데, 이번에는 '부칙'을 넣어 소송 중인 사건도 적용되게끔 했다.
장관은 "홍 일병을 생각해 만든 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 법이 우리나라가 젊은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은 두 달 전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진영에 관계 없이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