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각종 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구찌(Gucci)가 일부 라인의 가격을 약 10% 가량 전격 인상했다.
몇몇 브랜드들이 줄어드는 인기로 재고가 쌓여 골머리를 앓는 중 나온 가격 인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이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구찌는 오피디아 라인 제품 가격 일부를 최대 10%가량 인상했다.
구찌 오피디아 GG 미니 토트백은 167만원에서 184만원으로 10.1% 올랐고, 오피디아 미니 토트백은 200만원에서 217만원으로 8.5% 인상했다.
다른 제품들도 3~6% 가량 가격이 올랐다. 립스틱과 향수 등 일부 뷰티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핸드백 등 잡화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는 구찌의 이 같은 행보를 유심히 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던 글로벌 명품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다.
팔리지 않은 제품의 재고가 쌓인 탓에 이례적인 할인판매 움직임도 있는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0일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명품 시장은 올해 3620억유로(한화 약 514조원) 규모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비 3.7% 성장한 것이지만 2021년 31.8%, 2022년 20.3%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레사가 최근 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시장 상황은 금융 위기가 덮친 2008년 이후 최악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일부 브랜드는 비밀리에 비공식 재판매상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매마저도 재고 처리를 하는 데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다수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네 차례 가격을 올렸던 샤넬은 올해 두 번만 올렸다. 그마저도 5월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두 차례 올렸지만 올해는 한 차례만 인상했다. 이 역시 6월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다만 연말연시 소비가 증가하는 특성을 고려해 기습적인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