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영화 '서울의 봄' 엔딩 크래딧이 오르며 극장 안에 비장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오랫동안 장병들에게 사랑 받아온 군가 '전선을 간다'다.
군가는 군대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군인으로서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장병의 정서를 순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군가를 '총성 없는 무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대에 없어서는 안 될 무력 전력인 셈인데 미국·중국·프랑스·베트남·폴란드 등에서는 군가로 쓰던 곡을 국가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선을 간다
영화에서 등장해 많은 예비군들의 옛 추억을 되살린 전선을 간다는 국방부 정훈국에서 1981년 발표한 곡으로 사실 1979년 발생한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 '서울의 봄'에는 직접적으로 쓰여서는 안 되는 노래다.
작곡자는 '로보트 태권V'의 주제가를 작곡한 최창권이다.
가사의 내용은 대반격 작전이 성공을 거두어 쳐들어온 적을 도로 밀어내고 진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 죽은 전우들의 시신까지 버려두고 후퇴했던 땅을 다시 밟는 군 장병들의 심정을 그렸다.
현재의 군인들 시점에서는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과거 전쟁에서 선배 장병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그때 그 자리'임을 떠올리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다.
멸공의 횃불
1975년 발표된 이 곡은 사나이 기백으로 고향 땅, 부모형제, 평화를 위해 내 나라를 내가 지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절 순서대로 육군, 해군-해병대, 공군, 예비군 등의 내용이 실렸다.
입대 후 훈련 때 배우거나 군 행진곡으로 널리 알려진 곡으로 이 노래 또한 국방부 공모에서 뽑혔다.
노래가 만들어진 때는 박정희 정부 시절로 월남패망, 미군 철수 움직임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자주국방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이에 '멸공'이란 단어가 들어갔는데, 종종 논란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11월 병역기피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가수 MC몽이 컴백하자 누리꾼들이 반감을 내며 '멸공의 횃불'을 인기 검색어 1위로 올리기도 했다.
전우
전우는 육군 10대 군가 중 가장 짧으며 리듬을 타기 좋다. 때문에 팔도 사나이와 더불어 병사들에게 인기가 좋은 군가다.
작사가는 청노루로 유명한 박목월 시인, 작곡가는 나운영이다.
과거 성시경이 유튜브 채널 '딩고'에 출연해 전우를 부른 바 있다. 성시경은 전우에 대해 "멜로디가 진짜 예쁘다"며 "가사만 바꾸면 발라드곡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신병'의 드라마 판에서 악질 선임으로 유명한 정다정이 볼일을 보고 있는 최일구에게 강제로 나오게 한 다음 군가를 부르게 시켰는데, 이때 최일구가 불렀던 군가이기도 하다.
푸른 소나무
푸른 소나무는 충성과 전투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군가 중에서도 부드럽고 서정적인 가사를 가진 특이한 군가다. 하지만 곡조는 다른 군가와 마찬가지로 비장미가 넘친다.
군필자들 사이에서는 '전우', '전선을 간다'와 함께 좋았던 군가로 기억되고 있다.
대부분 유명한 군가가 1980년대 이전에 작곡된 것에 비해 이 군가는 비교적 근래라고 할 수 있는 1997년에 작곡되었다.
북한에도 동일한 제목의 군가가 있다. 다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에서 푸른 소나무는 김일성의 부친인 김형직을 의미하는 관용어로,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되어 옥사한 김형직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팔도 사나이
10대 군가에 포함되지만 곡조 자체가 우렁한 곡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요'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뜀걸음을 뛸 때 진가가 발휘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뜀걸음 중에는 인솔자가 계속 구령을 넣던가 군가를 부르게 되는데 팔도 사나이를 부르게 되면 템포가 빨라져 뜀걸음 난이도가 상승한다.
1980년대에는 군부대 및 지역에 근무하는 방위병들이 퇴근할 때 위병소까지 줄 맞춰 행진하며 부르던 노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