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7일(일)

유료화된 '똑닥'..."돈 내도 몇 초 만에 소아과·이비인후과 예약 마감돼 진료 못 받는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필수 의료체계 붕괴가 심화하면서 여전히 '소아과 오픈런', '소아과 티켓팅'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병원 대기 시간을 줄여줬던 병원 간편 접수 앱 '똑닥' 마저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부모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똑닥' 앱으로만 접종 및 검진 예약을 받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화 앱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똑닥'은 운영사 비브로스가 출시한 지난 2017년 의료기관 전자차트(EMR)와 연동된 병원 진료 접수 및 예약 서비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출시 6년여 만에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보유할 정도로 출시와 동시에 편리함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여느 플랫폼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고심 끝에 지난 9월 유료화를 단행했다.


'똑닥'은 월 1,000원, 연간 1만 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병원 검색이나 실시간 대기자 수 확인, 현장 접수 후 순서 확인, 커뮤니티 등 기본 기능은 기존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화를 두고 기존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또 수익 창출 실패에 따른 책임을 서민에게 전가하는 갑질이라며 비브로스 고승윤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똑닥 앱 유료화 안내 / 똑닥 블로그 캡처


하지만 유료화 이후에도 앱을 지우거나 탈퇴하는 이용자 수는 미미했다. 오히려 8월 회원 수 530만 명에서 9월 543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이유에는 환절기를 맞아 독감 등으로 다시 소아과 대란이 벌어진 것과 일부 병원에서 '똑닥'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기 시작한 것 등이 있다.


부모들은 빠른 진료를 위해 유료화를 가입하지만 접수 예약이 몇 초 만에 마감 돼 돈을 내고도 예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전에 당일 예약이 다 차버리면 오프라인 예약은 아예 받지 않는 병원도 있어 아이가 오후에 아프면 '병원 원정'을 가는 일도 발생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심지어 온라인 접수를 하지 않고 방문한 조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1시간 30분~ 2시간씩 대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에 조부모 돌봄 가정 아이들이 진료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두고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소아과만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비인후과나 내과에서도 앱을 통해 접수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접종을 맞으러온 노인들이 몇 시간 씩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소외계층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버지 독감 주사 맞으러 가셨다가 2시간 기다리셨다는 거 듣고 눈물 날 뻔했다", "노인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달라", "인터넷 예매만 받아서 야구 못 보신 할아버지 생각난다", "급할 때 찾는 게 병원인데 본질을 잃었다", "현장 접수를 우선순위로 하면 안 되나"라며 현재 병원 접수 시스템에 대해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