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7일(일)

'영어 필기체'로 메뉴판 써놓은 한국 감성 카페..."심지어 스펠링 틀려"

A씨가 공개한 국내 한 카페의 메뉴판 / X(옛 트위터)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요즘 젊은 사장들 사이에서 한글 표기 없이 영어로만 쓰인 메뉴판을 내세우는 게 유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영어 철자를 잘못 쓰는 일도 발생해 '영어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일 X(구 트위터)에는 '이번에 간 카페는 말문이 턱 막혔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진짜 말문이 턱 막혔다. 영어 모르는 사람은 시키지 말라는 건지, '이것도 못 읽나?' 하고 놀리는 건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방문한 카페의 메뉴판을 공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해피니스'


사진 속 메뉴판은 모두 영어 필기체로 작성돼있었다.


A씨는 "영어가 심지어 정자체도 아니고 필기체라 더 못 읽겠다. 왜 영어 메뉴판을 욕하는지 알겠다. 여긴 한국이다"라고 공분했다.


해당 카페를 방문한 또 다른 방문자 B씨 또한 "나이 드신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는데 어머니께서 메뉴판을 전혀 읽지 못하셨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어 메뉴판은 없냐 물었더니 오직 영어 메뉴판만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메뉴가 영어로 적혀 있었는데 '1인 1 메뉴' 안내만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던 게 웃겼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X(옛 트위터)


이후 해당 카페가 서울과 경기권에 여러 매장을 두고 있는 일명 '핫플' 카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한국인데 메뉴를 영어로만 적으면 어떡하냐", "어르신은 주문하지 말라는 건가", "음식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어떻게 알아보고 주문하나"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매장의 콘셉트일 수도 있지 않냐"며 "메뉴 읽기는 불편하겠지만 직원이 상세히 알려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해당 메뉴판에 영어 스펠링이 다르게 적힌 것 또한 누리꾼들의 비판을 샀다.


모 약학대학 교수가 SNS 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메뉴판'을 인용해 일침한 모습 / X(옛 트위터)


'환상'을 뜻하는 판타지(fantasy)를 fantage로, 아메리카노(Americano)를 'Americcano'로, 카페라테(Caffe latte)를 'cafe latte' 등으로 작성됐다.


한 해외 약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X 계정에 A씨 게시물을 인용하며 "영어로만 써 놨는데 글씨체도 스펠링도 엉망"이라며 "'얼 그레이 티'에서 '그레이'(Grey)는 대문자로 써야 한다. Grey가 사람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어 표기법이 사용된 메뉴도 있었다. 디카페인(Decaffeinated·Decaf·caffeine-free)은 한국어 표기법을 따라 'Dicaffeine'으로 작성됐고, 초콜릿(chocolate)은 'Choco'로 작성됐다.


이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영어를 쓰는 가게가 많지만 지나친 사용은 고령자 차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