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화)

남편과 길고양이 돌보던 치매 할머니, 남편 사망한 뒤 고양이 500마리 사체로 발견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사체 수백 구가 발견됐다.


끔찍한 현장이 공개되자 "집주인이 애니멀호더(동물저장강박증)다" 등의 의심이 증폭됐고, 곧이어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6일 충남 천안시와 유기동물구호법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60대 여성 A씨의 집에서 무려 7.5t에 달하는 고양이 사체 500여 구를 발견했다.


고양이 사체는 집 냉장고와 옷장 등에 신문지에 싸여있는 상태였으며 고양이 사체가 30㎝부터 1m까지 쌓여있기도 했다. 


 A씨가 소지품이라고 챙겨 놓은 가방과 봉지 안에도 고양이 사체가 쏟아져 나왔으며 고양이 배설물과 사체 등이 엉겨붙어 있었다고 한다.


A씨의 집 상태. 신문지에 고양이 사체가 싸여있다. / Instagram 'dong.i1004'


A씨의 집 상태는 "집주인이 애니멀호더로 의심된다"는 신고 전화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평소 악취로 인해 민원이 자주 발생했으나 천안시 직원들이 A씨 집을 방문하려 해도 상담을 거부해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알고보니 집주인 A씨는 남편과 함께 길고양이 20여마리를 구조해 집에서 돌봐왔다고 한다. 그러던 4년 전 남편이 사망했고, 이후 홀로 고양이를 구조해 집으로 데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는 사이 A씨의 치매 증상이 심해졌고, 고양이들은 무분별하게 번식하기 시작했다.  태어난 새끼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A씨는 자식 등 일가친척도 없어 2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시의 지원을 받아 생계를 이어왔다. 


A씨는 시에서 배급하는 도시락을 고양이들에게 나눠주며 본인은 굶었고, 사체 틈에서 쪽잠을 자느라 병원으로 옮겨진 뒤 그제서야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한편 천안시와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살아 있는 고양이 25마리를 구조하고 사체들은 화장했다.


또한 단체는 구조한 고양이를 입양할 곳을 찾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와 물품 후원 등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