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어린 환자 부모의 황당한 판단으로 아이가 목숨을 잃은 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한 의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대만 매체 이티투데이(ETtoday)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첸바이취안(陳白泉)이 25일 한 토크쇼에서 밝힌 사연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첸씨는 자신이 진료했던 3살 소년의 사례를 소개했다.
3살 소년 A군은 집에서 형과 놀다가 실수로 넘어져 의자 모서리에 등을 부딪혔다. 엄청난 고통에 울다가 기절한 A군은 첸씨가 일하는 병원으로 실려왔다.
첸씨는 아이에게서 내부 출혈을 발견했다. A군은 배가 부풀어 올라 있었으며 비장이 파열된 상태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그는 응급 수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수술도 쉽지 않았다. 출혈이 너무 심해 마취과 의사는 안전한 방법으로 수혈을 권했다.
첸씨는 가족에게 수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가족은 "절대 안 된다"라며 이를 거부했다.
가족들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혈을 받느니 차라리 아이와 병원을 떠나겠다"라고 강조했다.
첸씨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아이가 죽을 수 있다고 사정했지만, 가족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A군은 수혈을 받지 못해 눈을 감았다.
수혈을 받고 수술을 했다면 살 수도 있었지만, 가족들의 반대에 아이는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첸씨는 "의료진으로서 환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회복지사가 설득해도 소용이 없어 눈앞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 아이와 당시의 무력감이 생각나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함께 방송에 출연한 간호사 리민펑(李敏鳳)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의료진이 마음대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적 딜레마가 간혹 있는데 이는 법적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류웨이팅(劉韋廷)은 "법적으로 부모가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의료진의 경우에는 동의서 없이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이 부분은 법적 문제가 없지만,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초자연적' 이유로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4년 국내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의사가 재판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12월, 수술실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여성 환자가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던 중 혈관 파열로 인한 과다출혈이 발생했지만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숨졌다.
수술 전 환자는 모든 피해에 대해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혈을 거부한 환자에게 혈액을 공급하지 않아 환자가 숨졌다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