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빈대 무서워서 지하철 자리 나도 못 앉아요"
매일 아침 강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34살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지하철에서 늘 서서 간다고 한다.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에서 내릴 때도 최대한 내리려는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내리고 있다.
자리가 나도 서있고, 빨리 내려 회사에 가야 하는데도 최대한 늦게 내리는 이유는 모두 '빈대' 때문이었다.
지난 31일 정부는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공동 숙박시설 등에 대한 빈대 관리 및 방제 방안을 공유했다.
아울러 빈대가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논의는 공동·숙박시설에서 빈대 출현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서울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진행됐다.
실제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처음 발견된 뒤 지난달(10월)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발견되고 추가로 발견된 데 이어 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구로구 등 서울 각종 자치구에서 발견되고 있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 구에서 빈대가 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업체 관계자들 네트워크에는 "이 정도면 서울 25개 자치구에 다 퍼져 있을 것", "전국에 확산됐을 것" 등의 이야기가 돌고 있다.
특히 기숙사·찜질방·모텔·고시원·PC방·좌식 식당 등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곳은 안심할 수가 없다", "옷에서 옷으로 옮겨붙는데, 너무 무섭다", "매번 옷을 털고 들어가지만, 그런다고 떨어지겠냐", "한 집에 출몰하면 건물 전체로 퍼지는 거 아니냐" 등의 공포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빈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질병청은 오늘(1일)부터 공항 출국장, 해외감염병 신고센터에서 프랑스, 영국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와 해당 국가에서 화물을 수입하는 수입기업을 대상으로 해충 예방수칙을 안내한다.
해외 유입 동향을 파악해 위생해충 예방 홍보 대상 국가를 수시로 조정하고, 빈대 등 위생해충의 유입을 차단하는 검역소 구제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도 홈페이지에 게시해 국민들이 빈대 출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도 빈대 출몰 방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재 직물 소재의 의자는 고온 스팀청소를 하는 등 주기적으로 방역하고 있다.
오는 2일부터는 외부 방역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유무를 진단할 계획이며, 새로 들어오는 전동차에는 기존의 직물 소재 의자 대신 오염에 강한 복합 PC 소재로 바꿀 예정이다.
한편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인체 흡혈로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이차적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해충이다.
빈대는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웬만한 살충제로는 박멸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흡혈 곤충 빈대는 한 번 흡혈하면 일주일 동안 혈액을 소화하며 10~15개의 알을 산란하고, 일생 동안 최대 250개의 알을 산란한다.
실내 섭씨 20도 이상의 온도 조건이면 먹이 없이도 약 120일 정도를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도 끈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