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이태원'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참사로 예비신부를 잃은 사연이 공개돼 모두를 먹먹하게 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생존자의 인터뷰와 희생자의 기록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이태원'을 방송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이 생생한 가운데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부상자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처음 앉았다.
결혼을 약속했던 약혼자 이주영을 떠나보내야 했던 병우 씨와 동갑 친구 송채림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주나 씨다. 그 중에서도 예비신부를 하루아침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병우 씨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날 병우 씨는 "그날은 주영이와 함께 웨딩드레스를 둘러보는 날이었다. 굉장히 설렜던 기억이 난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일정이 끝난 뒤 이태원에 가서 핼러윈 파티를 구경하고 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는 두 사람. 이들은 사고가 난 시각 해밀턴 호텔 뒤쪽에 도착했다.
병우 씨는 "저는 큰 파도에 휩쓸리는 것 같았다"며 "사람들이 다 같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주영아 큰일 나겠다. 우리 나가자'라고 말하곤 주영이 어깨에 방향을 틀어서 1번 출구 방향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골목 아래쪽으로 내려가던 병우 씨는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이후 의식이 깼을 땐 힙합클럽 앞이었고 대각선 앞에서 보인 주영 씨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미 그때부터 주영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두 사람은 무려 5년 간 만났고 2023년 9월 10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로 인해 병우 씨의 예비신부 주영 씨는 하늘나라로 가게 됐다.
병우 씨는 "그 때 저 또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을 마실 때 흉부가 커지지 않으니까 숨이 안 쉬어지더라. 대부분 넘어져서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서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병우 씨는 자신보다 주영 씨를 먼저 꺼내달라고 소방대원에게 말했다. 밤 11시 20분경 구조된 주영 씨는 힙합클럽 안, 대로변, 치과 건물 안에 있다가 다음날 새벽 2시 이후 다목적 체육관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그때 치과 건물 안에 40명 정도가 들어왔다. 그 안에서 의식이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 주영이 아버님이 오셔서 딸을 보겠다고 하는데 경찰과 소방대원이 막았다. 부모님이 마지막이라도 딸을 보고 손 한 번이라도 잡아줬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날의 사고로 인해 이전 모든 상황을 후회하게 됐다는 병우 씨. 그는 "모든 순간이 후회가 남았다"며 "왼쪽으로 갈걸, 이태원에 왜 갔지, 지하철 타고 갈걸. 심지어 먼과거까지 후회가 됐다. 제가 주영이를 쫓아다녔는데 그때 고백하지말걸, 모든 순간의 제 삶이 후회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안타까운 병우 씨의 사연은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