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한 여성이 2년 동안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집에 에이즈 환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올라왔다.
지난 24일 '보배드림'에는 '저는 2년간 에이즈 환자 가사도우미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사연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2년 전, 에이즈 환자 B씨의 본가에서 파출부로 일하다가 모친의 권유로 B씨의 집까지 관리를 맡게 됐다.
당시 A씨는 남성 두 명이 동거하는 게 의문이긴 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약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B씨의 집에서 일했다.
최근 A씨는 우연히 B씨와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이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알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침대에 뒹굴던 콘돔과 둘이 쓰던 화장실 변기, 배수구 등을 맨손으로 청소했던 게 떠올랐다"며 "특히 일 하다가 다쳐서 피가 난 적도 있고 이 사람들이 피 닦은 휴지 등을 치웠던 적도 있어 너무 화난다"고 분노했다.
이어 "일하다가 손톱이 갈라져서 이 사람들이 쓰던 손톱깎이를 썼던 적도 있는데 너무 후회된다"면서 "에이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곧장 B씨에게 전화해 '어떻게 에이즈를 숨기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냐'고 따지자 B씨는 울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 특히 본가는 더더욱"이라며 사정했다.
이에 마음이 약해진 A씨는 "저도 고3 아들, 딸 키우는 엄마이기에 B씨와 그의 어머니가 짠해졌다. 하지만 이때 마음이 약해지지 말았어야 했다"며 "B씨가 심장이 아프다고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을 땐 이미 목소리가 싹 바뀌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우리 엄마한테 전화했고 앞으로 볼 일 없을 거다. 어머니 집에도 더 이상 안 와도 된다"며 "난 에이즈 환자가 아니고 동성 룸메이트만 에이즈 환자. 이마저도 누설하면 처벌 받는 걸 명심해라"라고 되려 협박했다.
하지만 A씨가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고 전하자 B씨는 "한번만 봐달라"며 사정하기 시작했고, "우리 엄마가 많이 놀랄 것 같으니 하루만 기다려 달라. 보상해주겠다"고 협상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믿어보자며 사흘이나 기다렸지만 B씨와 B씨 모친에게 차단을 당했고, 며칠 뒤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무조건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 책임을 묻고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짐 찾으러 갈 겸 다음 날 B씨 어머니 집에 찾아갔더니 경호원들 싹 깔아놓고 나를 범죄자 취급하듯 못 들어오게 막더라"라며 "이때 '피해자는 나인데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이럴 수가 있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나왔어야 했는데 너무 수치스러워서 그냥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손해배상청구 여부를 상담받았지만 '착수금만 수백만 원'이라는 답변을 듣고 절망했다.
A씨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던 이유를 여기서 알았다. 내가 이혼 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다니 보니 내가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걸 그들이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게 대한민국이지. 돈 있으면 에이즈 걸린 거 숨기고 가정부 고용해도 되고 '누가 맨손으로 일하래요?'라고 조롱할 수 있고"라고 씁쓸해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이즈라는 병 자체를 비난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면서 "에이즈에 노출될 것을 알았으면서도 숨기고 2년 넘게 나를 고용한 이들이 진정 잘못이 없는지, 반대로 내가 에이즈 환자였어도 고용했을 건지 묻고 싶다"고 긴 글을 마쳤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에이즈 환자라고 고지 안 한 사람한테 제일 먼저 책임이 있는 거다", "법률구조공단에 상담 신청하고 질병관리청에도 문의해 봐라"라고 분노했다.
한편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의하면 에이즈 감염자의 예방조치 없는 성행위,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타인에게 전파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아울러 신고의무, 강제검진,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