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요즘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많이 쓰이는 '~레이션' 용어가 있다. 바로 밀크플레이션, 슈가플레이션이다.
우유와 설탕 가격이 오르면 이것을 원료로 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데서 나온 신조어다.
최근 우유와 설탕 가격이 급등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의외로 '소고기' 가격은 하락하고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때 한우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저렴했다. 이번 추석 성수기 전 도축된 소가 지난해보다 더 많았던 덕분이다. 이번 추석에 도축된 소는 약 11만 마리로, 지난해보다 11%가량 더 많았다.
추석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소가 도축되고 있다. 지난해 도축된 소는 약 86만 9천마리였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94만 9천마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에는 100만 8천마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덕분에 실제 한우 가격은 하락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9월 마지막주 한우 등심 가격은 100g 기준 9088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떨어진 수치다.
소고기 가격 하락 현상은 호주산 소고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호주산 생우 가격은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엘니뇨로 소가 먹을 풀이 부족해졌고 사육비용이 급등해 농가들이 앞다투어 소를 팔아치우는 탓에 공급량이 폭증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서만 60% 가량 가격이 급락했다.
호주육류가축협회(MLA)가 지난 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동부 어린 소 가격'은 1kg당 3.57호주달러(한화 약 3060원)였다. 2014년 12월 수준이다.
지난해 말 1kg당 가격은 8.6호주달러(7370원)였다. 지난해 초에는 12호주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3분의 1 수준이다.
엘니뇨는 겨우내 계속되며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엘니뇨가 지속되며 낮은 강우량과 따뜻한 날씨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산 생우 가격의 하락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소고기 소매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호주산 생우 가격 외에도 인건비, 가공비, 운송비, 생산비 등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업체가 보유한 재고를 먼저 소진한 뒤 수입 절차 등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