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마약 합법화를 주장하던 사회운동가가 마약중독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2일 새벽 4시께 뉴욕의 시민 활동가 라이언 카슨(Ryan Carson, 32)이 10대 소년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10대 소년은 마약중독자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카슨은 생전 합법적인 마약 투약 시설을 만들자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카슨은 사건 발생 당시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드포드-스타이브슨트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후 카슨과 여자친구는 좀 전에 두 사람을 지나쳐갔던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남성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때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낯선 남자는 명백한 이유 없이 주차된 스쿠터를 발로 차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카슨을 향해 "뭘 그렇게 쳐다봐 XX"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이에 카슨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라고 답했지만, 남성은 카슨과 여자친구를 향해 다가왔다.
이후 그는 "죽여버리겠다"라고 외치며 흉기를 꺼내들어 위협했다.
카슨은 "진정해"라며 그를 설득하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남성은 카슨을 뒤쫓았다. 여자친구는 "제발"이라 외치며 남성을 말리려 했다.
위협하는 남성을 피해 달려가던 카슨은 벤치에 걸려 넘어졌다.
남성은 카슨의 재킷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흉기를 휘둘렀다.
그런 다음 놀라 뛰어온 카슨의 여자친구에게 다가가 침을 뱉고 카슨을 발로 걷어찬 뒤 도주했다.
이때 정체불명의 여성이 나타나 남성을 향해 "해치지 마! 브라이언!"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에 따르면 카슨의 여자친구는 경찰과 함께 중상을 입은 카슨을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카슨은 비영리단체 뉴욕공인연구그룹(New York 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 NYPIR)에 속한 시민 활동가로, 브루클린 일대 시민단체와 정치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2021년 당시 주지사였던 앤드루 쿠오모에게 뉴욕 전역에 합법적인 약물 주사 장소를 만들어 달라 요구하며 뉴욕주를 가로질러 350마일(약 563km)을 걷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해 말, 뉴욕시는 합법적으로 마약하는 공간(약물과다복용 예방센터·OPC)을 만들었다.
뉴욕 경찰은 카슨을 살해한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수배전단을 배포했고 얼마 후 브라이언 다울링(Brian Dowling, 18)을 체포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이며, 과거에도 폭행 등의 범죄로 재판부에 의해 소환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에는 여자친구와 싸우다 폭력을 휘둘러 친척으로부터 신고 당하기도 했다.
친척들은 그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일 저녁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카슨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려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