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6', '4' 스티커 붙은 선수들 포옹 사진을 중국이 삭제한 이유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각각 6번과 4번 트랙에서 달려 '6' '4' 스티커를 붙히고 있는 중국 선수 린위웨이(왼쪽)와 우옌니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  Xinhua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각각 6번과 4번 트랙에서 달려 '6','4'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선수들의 포옹 사진이 삭제됐다.


지난 4일(현지 시간) 홍콩 일간 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트랙 위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린위웨이가 은메달리스트인 자국 동료 우옌니를 포옹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획득한 후 두 선수가 포옹하는 훈훈한 장면은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에도 게재됐다. 그러나 이 사진은 갑자기 삭제됐다.


6번 레인에서 뛴 린위웨이가 유니폼에 숫자 '6'을 달고, 4번 레인에서 뛴 우옌니가 유니폼에 숫자 '4'를 단 채 포옹하면서 우연히 '6·4'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Xinhua


'6·4'는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검열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는 매년 6월 4일이 되면 천안문에서 시위하다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6월 4일 오후 6시 4분에 촛불을 드는 식으로 '6·4'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중국에서는 언급이 자체가 금지다.


이 사진은 중국 관영 CCTV 웨이보 계정에 올라왔고, 즉각 현지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일부 누리꾼은 이 종목 예선전에서 8번을 달았던 우옌니가 한국의 조은주 선수(9번)와 만나 악수하고 있는 사진을 언급하며 '1989'라는 연도까지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CCTV 웨이보에서는 해당 사진이 삭제된 상태다.


GettyimagesKorea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건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CMP는 "6,4라는 표현은 34년 전 6월 4일 발생한 천안문 사태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때문에 관련 표현은 중국 당국에 의해 빈번히 검열되고 삭제된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옌니는 이후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