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수업 중 노벨물리학상 수상 전화 받고도 끝까지 태연하게 강의한 여교수

Lund University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00명의 학생 앞에서 수업을 하다 노벨상 영예를 안게 된 여교수는 끝까지 교단을 지켰다.


지난 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를 세운 피에르 아고스티니(70)와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65)를 선정했다.


이날 안 륄리에 교수는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과 학부생 100명에게 기초 공학 물리학 수업을 가르치고 있었다.


수업 중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둔 탓에 받지 못했다. 이후 쉬는 시간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노벨 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Instagram 'nobelprize_org'


보통 수십 년의 기간에 걸쳐 선정되는 노벨상이기에 기쁨을 숨기지 못했을 터. 하지만 노벨 위원회가 기자회견 전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주문해 학생들에게 이 소식을 전할 순 없었다.


결국 륄리에 교수는 침착하게 수업을 마저 진행했다고 한다.


륄리에 교수는 "수업을 마치는 게 어려웠다"고 농담으로 말했다. 이어 "그때는 수상 사실이 비밀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말을 할 순 없었지만, 다들 추측했을 것이다. 집중해서 노벨상을 잊고 강의를 끝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륄리에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쳤을 뿐 평소와 같았다고 한다.



노벨 위원회 역시 소셜미디어에 륄리에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는 사진을 올면서 '헌신적인 스승을 알립니다. 노벨상으로도 학생들에게서 뗄 수가 없다'고 적어 웃음을 안겼다.


륄리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너무 기쁘다. 믿을 수 없다"며 "매우 감동했다.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륄리에 교수는 여성으로써 역대 다섯 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역대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이었다.



륄리에는 "나는 모든 여성들에게 흥미가 있고 이런 종류의 도전에 열정이 약간 있다면 그냥 해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일구는 평범한 삶과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가 수여된다. 수상 공적 기여도에 따른 상금 분담은 3명이 3분의 1씩으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