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얼어붙언 한반도 정세를 보여주는 장면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포착됐다.
남북 단일팀 멤버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북한 유도 대표팀 김철광은 오늘(25일) 한국 선수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악수를 거부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철광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급 16강에서 한국 대표팀 강헌철(용인시청)과 '남북 대결'을 펼쳤다.
강헌철은 3분 26초에 지도(반칙) 1개를 뺏고 유리한 고지를 먼저 밟았지만, 정규 시간 종료 직전 김철광에게 빗당겨치기 한판을 내줘 패했다.
탈락한 강헌철은 주심의 승패 선언 직후 김철광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지만, 김철광은 그대로 뒤를 돌아 코트 밖으로 나갔다.
머쓱해진 강헌철은 김철광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코트 밖으로 돌아섰다.
유도에선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악수한 뒤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퇴장했다.
유도는 예의와 규범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패자보다는 승자가 먼저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격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기 승자인 김철광은 강헌철의 인사를 매몰차게 거부했다.
악수를 거부한 선수가 한국 선수들과 친분을 보였던 김철광이라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김철광은 2018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단일팀으로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던 선수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철광은 국제 대회마다 국내 선수들과 잘 지냈다"며 "아무래도 최근 남북 정세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철광의 악수 거부는 팀 차원에서 이뤄진 건 아닌 걸로 보인다.
오늘 오전에 열린 여자 70㎏급 16강에선 한희주(KH필룩스)를 꺾은 북한 문성희는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