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애 셋 키우며 전업주부로 종일 일하는데 아이가 '백수'라고 해 결혼이 후회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보내는 잠깐의 휴식, 전업주부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는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설거지부터 청소, 빨래, 장 보기까지 쉴 새 없이 집안일을 한 후 숨을 돌리려 할 때쯤이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전업주부들의 일상은 이처럼 매일 바쁘게 흘러간다.


최근 주부들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가사노동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직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의 사연이 공유되며 전업주부들의 공감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는 '열성 전업주부신데 아들이 자기엄마 백수라고ㅠ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딸의 친구가 전업주부인 엄마를 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A씨의 딸은 같은 반 남자아이와 엄마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그에게 "엄마 근데 OO이가 '우리 엄만 백수야' 이러더라"라고 말해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A씨는 "백수라니, 전업주부이시잖아. 그리고 그 집 세 남매 키우느라 그러셨을 거야. 백수는 놀고먹는 사람 비하하는 말이야 별로 좋은 말은 아니야. OO이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래"라고 답했다.


A씨는 "제가 아는 그 엄마는 애들 라이딩 열심히 하시고 시부모님 모시고 봉양하고 사신다. 옆 단지 아파트에 사시는데 친구가 거기 살아서 한 번씩 마주치며 인사하기도 한다. 시어머니가 아프셔서 휠체어도 밀고 다니시더라"라면서 "초3이라 아직 어려서일까요..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건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린 아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출근을 하는 아빠와 달리 집에 있는 엄마를 보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오해를 한 듯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사연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주부들의 공감 반응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저도 딸에게 '엄마 백수야?'라는 말을 들었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갑자기 결혼이 후회스러워지더라", "저희 딸도 커서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엄마처럼 백수' 하겠다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엄마는 백수가 아니고 집안일과 육아를 다해 주고 있어서 아빠가 편하게 회사 다닐 수 있는 거야', '엄마가 하는 일이 아빠보다 더 많아'라고 대답해 줬었다", "힘든 일 하고 계시는데 정말 속상하시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가사노동은 비단 엄마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에는 남성 전업주부들도 늘고 있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초 기준 육아휴직자를 제외한 남성 전업주부의 수는 21만 5,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또한 "전업주부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한다.


사실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가치는 만만치 않다. 통계청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9조 원에 달했다.


이제 가족을 위해 헌신을 하는 전업주부들의 노력을 너무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