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경기도 안산에서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 19대를 파손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을 향해 한 기자가 집요하게 쫓아가며 사이다 질문을 쏟아내 주목을 받고 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 씨는 21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실탄 여러 발을 발사할 만큼 이례적인 사건인 탓에 이날 법원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A 씨를 향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답변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이 남성을 쫓아가 범행과 관련한 그의 입장을 들으려고 애썼다.
바로 MBC의 백승우 기자다.
MBC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백 기자는 경찰에 붙잡혀 이동 중인 A 씨 옆에 붙어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도망치려고 주차장에서 난동 부린 거냐?", "그렇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냐?", "혹시 술을 그때 얼마나 드신 거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으나 백 기자는 계속해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총소리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느냐?",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한번 붙잡힌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안 붙잡힐 줄 알았냐?", "차량 난동 부리면서 이러면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고 말했다.
A 씨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그의 입장을 들을 순 없었다.
이 장면이 담긴 현장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록 A 씨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지만, 기자가 날린 '사이다' 질문에 속이 다 시원했다는 것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기자 질문 야무지다", "참 기자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저 질문을 다 하지? 정말 대단하다", "핵심만 묻는데 예의를 갖추면서 잘하네", "대답 안 할 거 알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듯", "말로 아주 때려버리네", "내가 경찰이었으면 웃음 터졌다...", "진정한 기자라고 봅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A 씨는 지난 1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A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85%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당시 A 씨에게 차량 정차를 요구했으나, A 씨는 이에 불응한 채 차량을 계속 몰았고 그 상태로 14㎞가량을 도주했다.
A 씨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진입, 뒤따라간 순찰차가 자신의 차량 앞을 가로막자 그대로 들이받았다. 끝까지 도주를 시도한 그는 주차장에 있는 오피스텔 입주민의 차량도 모두 들이받았고, 총 19대의 차량이 파손됐다.
경찰은 A 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으나 A 씨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도주하려 했고, 결국 경찰은 차량 타이어 쪽에 공포탄 2발, 실탄 6발을 쐈다. 이후 삼단봉으로 차량 운전석 앞 유리를 깨고 A 씨 오른쪽 어깨에 테이저건 1발을 쏴 그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따로 없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그는 2019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구속 상태에서 추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