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쿠웨이트 9대0으로 이겼는데도 '못 깬' 레전드 황선홍 감독의 선수시절 기록

승리 후 기념 촬영 중인 대표팀 선수들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리 대표팀이 전반 4골, 후반 5골을 넣으며 9대0 대승을 거뒀다. 


상대 팀이었던 쿠웨이트가 전력상 열세였고,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였지만, 9대0의 큰 점수 차로 승리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9일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중국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를 9-0으로 이겼다. 


전반 3분 정우영의 선제골로 앞서 나간 한국은 정우영의 해트트릭, 조영욱의 멀티골, 백승호, 엄원상, 박재용, 안재준의 골로 승리를 챙겼다. 


프리킥 골 넣고 포효하는 백승호 / 뉴스1


경기가 끝나고 황 감독은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되 다 잊으라고 하고 싶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 더 많은 각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승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며 결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번 첫 경기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전술적으로 준비한 대로 수행한 선수들은 칭찬하고 싶다. 결과는 잊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 / 뉴스1


황 감독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지난 1994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 네팔을 상대로 11-0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혼자 8골을 몰아친 황 감독은 승리의 가장 큰 주역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골 차이 경기로 남아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끝까지 웃지 못했다. 황 감독은 8강 일본전에서 2골을 넣으며 4강행을 결정지었지만 준결승전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에 아쉽게 0-1로 패해 결승전으로 향하지 못했다. 


1993년 선수 시절 황선홍 감독 / GettyimagesKorea


황 감독은 계속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인내를 가지면 승리할 것", "얼마나 잘 대비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중요"라는 말을 선수들에게 강조해 왔다. 


이러한 마음은 선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같은 조인 바레인과 태국이 1대1로 무승부로 끝난 터라 한국은 조 1위, 골득실 +9점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아직 합류 전인 이강인이 천천히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벌어놓고, 토너먼트를 위한 체력 안배의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황선홍 감독 / 뉴스1


이번 대회 남자 축구는 모두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로 진행한다. 


각 조 1, 2위와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이 E조에서 1위를 차지하면 F조 2위와 16강 전에서 맞붙게 된다. 


F조는 북한과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대만으로 구성돼 결과에 따라 남북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앞서 대만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틀 뒤인 오는 21일 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어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은 오는 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