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평생을 그리워하던 친부모를 마침내 찾게 된 남성.
행복한 재회를 상상하던 남성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범죄로 인해 잉태된 생명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지난 4월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성폭행을 태어난 아이들: 낙인에 도전하다(Born form rape: Challenging the sigma)'에 등장한 한 남성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닐(Neil, 27)이다.
닐은 태어나자마자 영국 웨스트요크셔주 일클리에서 입양됐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항상 생모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살아왔다.
그에게 생모는 동화 속 공주님 같은 존재였다. 그는 늘 언젠가 엄마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살아왔다.
27살이 된 닐에게 그토록 꿈꾸던 날이 찾아왔다. 생모를 찾기 위해 고용한 사립 탐정이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런데 편지를 읽은 그는 심장이 떨어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생모가 십대 때 공원에서 낯선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으며, 자신이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닐은 "그렇게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잉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슴을 주먹으로 치고 내장을 찢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부끄러움, 슬픔, 혼란을 느꼈다. 나 자신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어둡고 끔찍한 감정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너졌다"라고 덧붙였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닐은 거울을 볼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혹시나 엄마를 강간한 그 사람과 자신이 닮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닐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파괴됐다.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됐다. '내가 강간범처럼 생겼나?' 거울을 볼 때면 엄마를 강간한 그 남자가 날 돌아보는 것 같았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는 친절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지만, 폭력적이고 거의 증오에 가까운 방식을 통해 잉태된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그건 한 사람의 세계에서 심장을 끄집어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닐은 기차역에서 생모를 만났다. 멀리서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닐은 바로 엄마임을 알아봤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닐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그런 짓을 한 사람과 닮았다면 그냥 물러갈게요"라는 말이었다.
엄마의 힘든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엄마는 "그렇지 않아"라면서 "넌 그 남자를 닮지 않았어"라고 답했다.
엄마의 대답은 그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의미였다.
이날 닐은 엄마와 함께 걸으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닐은 자신이 모르고 지내온 이복형제자매도 알게 됐다.
놀랍게도 그렇게 오래 떨어져 살았음에도 닐과 엄마의 표정, 몸짓, 웃음이 똑 닮았었다고.
닐은 "생모에게 이런 짓을 한 남성은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건 정말 분명하다. 그만큼 난 그 남자에게 화가 난다. 난 그와 그 어떤 방식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내게 생부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모는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정말 엄마는 엄마다. 생부라면 분명 닮았을 텐데 끝까지 아들을 생각하시네", "생모와 아들 모두 대단하다",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의 시점은 생각도 못 해봤는데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BBC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 낙인에 도전하다'는 성폭행으로 아이를 낳은 여성들과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무거운 주제지만,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될 주제를 다뤄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