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0일(금)

공사장 일하다가 페인트 묻은 머리로 아들 운동회 간 엄마, "창피해"라니까 말없이 돌아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일리 있는 사랑'


자식을 둔 부모에게 가난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다. 그 시절 엄마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던 아들은 후회했다. 


한 아들의 회상이다. 그날은 운동회가 있던 날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는 공사장에서 페인트칠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던 때다. 


엄마는 촌스러운 옷에 머리에는 하얀 페인트를 묻히고 운동회에 왔다. 


아들이 주변을 살펴보니, 친구들은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달리기를 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에 비해 아빠 없이 혼자 운동장에 온 엄마는 너무 초라했고, 또 창피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엄마, 집에 가'


아들의 말에 엄마는 장난처럼 '엄마 진짜 가?'라고 물었으나 아들의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 아들의 날 선 한마디에 마음을 베었음에도 엄마는 아들에게 바자회 달란트 1만원어치를 쥐여줬다. 


운동회라고 사 온 일회용 카메라를 목에 걸어주고 얼굴엔 선크림을 발라주면서 '아들,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고, 사진 많이 찍어. 아들 화이팅!"하고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모두가 운동회 구경하느라 정신없던 그때 홀로 학교 정문을 빠져나가는 엄마의 모습, 멀어지고 작아지더니 결국 사라진 엄마의 모습에 아들의 마음은 변덕을 부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갑자기 슬퍼진 탓에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다 넘어진 아들은 무릎과 팔꿈치가 까졌다. 엄마는 아들의 목소리에 등을 돌려 달려가 넘어진 아들을 안아줬다. 


철부지 아들은 눈물 콧물을 짜면서 "엄마 미안해"라고 했다. 엄마는 "엄마가 미안해"라며 같이 울었다. 


그날 문방구 앞에서 한참을 울던 모자는 엄마가 싸 온 도시락을 같이 먹고 돌아가 2인 3각 달리기를 했다. 


이제 직장인으로,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아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울엄마가 키가 작아서 보폭이 비슷하니까 엄마랑 나랑 1등 했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조선 '엉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이 사연에 많은 사람이 감동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이 있는 이, 사연 속 아들처럼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이, 엄마 없이 자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들은 엄마·아빠를 떠올리며 남들이 볼 땐 부족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이었지만 '나에겐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연 속 주인공이자 글쓴이인 아들은 "저 때 이후로 엄마 발 마사지도 자주 해주고, 철 들었다"며 주말에 외식으로 효도해야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