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일본에서 '최악의 방화'로 꼽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지난 2019년 7월 일본 교토애니메이션(교애니) 제1스튜디오에 불이 나 36명이 사망한 일이다.
이 방화 사건의 용의자 아오바 신지(45)는 첫 공판에 출석해 "내가 한 것이 틀림없다"며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심신 상실로 인한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5일 교토지방법원에서 아오바 신지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아오바 신지는 지난 2019년 7월 18일 교토시 후시미구 모모야마정 소재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직원 26명을 살해하고 32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건 현장 인근에서 체포된 아오바는 "여기서 내 소설을 표절했다"며 경찰에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아오바 신지는 방화 과정에서 자신도 전신에 화상을 입어 목숨이 위험했다. 4년여가 지나서야 첫 공판이 열린 것도 치료 탓에 계속 연기됐기 때문이다.
오사카 긴키대학 병원에서 일하던 화상 전문 의사 우에다 다카히로는 병원으로 이송된 아오바를 처음 본 순간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죽음으로 도망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현지 매체 'NHK'에 전했다.
그는 "전신 93%에 육박하는 화상, 예측 사망률 97.45%였다. (아오바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걸로 보였다"고 아오바를 처음 본 순간을 회고했다.
하지만 우에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오바의 목숨을 살리려 화상으로 괴사한 조직을 네 차례에 걸쳐 제거하고, 콜라겐과 '자가 배양 표피'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이 끝나고도 3~4주간 아오바의 혈압 유지와 감염 차단에 온종일 매달렸다.
우에다는 쪽잠을 자고 일어날 때면 심한 현기증과 피로를 느꼈지만, 4개월에 걸친 치료로 아오바의 목숨을 살렸다. 그는 "심술궂지만 (아오바에게) 조금은 후회하게 하고 싶었다"면서 자신의 치료로 살아난 그가 '인생엔 적들만 있는 게 아니구나, 많은 사람이 희생하지 않아도 되었구나'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재판부는 최고재판소가 1983년 내놓은 살인 형량 관련 판계(4명 이상 죽이면 사형)를 대부분 지키고 있지만, 아오바 측 변호인은 피고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중학교 시절 부등교, 20대 초반 아버지 자살 등을 겪었다면서 "심신 상실로 무죄나 형 감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오바에 대한 판결은 내년 1월 25일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