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축구에는 따로 작전타임은 없지만 선수들이 벤치 앞에 물을 마시러 오는 쿨링 브레이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감독은 물을 마시러 온 선수들에게 재빨리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전술을 전달한다.
그런데 8일 새벽(한국 시간) 열린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쿨링 브레이크 때 아무 지시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경기 내내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결정적인 기회를 거의 잡아 내지 못했다.
전반 중반인 25분까지 한국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미드필더에서 전혀 웨일스 공격을 제어해 주지 못하고 뻥뻥 뚫려 위기를 자초했고 공격할 때는 웨일스의 5-4-1 수비에 중앙 침투나 패스도 하지 못한 채 U자형으로 측면과 후방으로 돌리는 패스만 하다 패스 미스로 공격권을 내주는 축구의 반복이었다.
웨일스를 위협할 기회를 전혀 만들어 내지 못하고 25분을 보냈을 때 마침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졌다.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하는 경기는 선수 보호를 위해 전후반 중반쯤 심판의 재량으로 선수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쿨링 브레이크가 허용되는데 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보통 쿨링 브레이크 때 선수들은 벤치 앞에 가 수분을 섭취하기에 이때 코칭 스태프는 재빨리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해 전술 수정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침 중계 화면도 클린스만 한국 감독이 어떻게 쿨링 브레이크를 보내는지 보기 위해 단독 샷으로 잡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저 멍하게 물을 마시는 선수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코치진이 말했을 수도 있고 TV 화면이 잡히지 않았을 때 지시했을 수도 있지만 중계 화면에 잡힌 20초 동안 클린스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쿨링 브레이크가 1분 남짓해 주어지기에 확인된 것만 거의 절반의 시간을 그냥 날린 클린스만 감독이다.
이후 한국은 거의 전반 40분까지 똑같이 처참한 경기력만 보이다 전반 막판부터 손흥민이 개인 돌파와 개인기, 슈팅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며 약간의 반전을 보인 채 전반을 마쳤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승리를 울리지 못했다. 부임 6개월 동안 현재까지 0승 3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게다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 더 오래 머물면서 '리모트 컨트롤 지휘', '재택근무' 등의 비판 목소리가 커진 상태에서 5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4경기에서 이겼더라도 비판은 늘 나왔을 것이다. 비판은 감독의 숙명이다. 늘 비판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라며 "비판 자체가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지금까지 좋은 경험으로 축적됐다. 비판을 통해 팀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