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고아원에 살던 14살 소년 입양해 가족 돼줬다가 7년 후 살해당한 양부모

로비 타워, 제니퍼 타워 부부 / GoFundMe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한 부부가 7년간 친아들처럼 키운 양아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20대 남성이 감옥 같은 고아원에서 자신을 구해준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21세의 디마 타워(Dima Tower)는 7년 전 자신을 입양한 플로리다주 노스포트의 부동산 중개인 로비(Robbie)와 제니퍼 타워(Jennifer Tower) 부부를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양아들 디마 타워 / North Port Police Department


경찰은 가정 내 분쟁 관련 신고를 받고 타워 부부의 집에 도착했다.


현장은 끔찍했다. 경찰은 피가 튄 거실 바닥에 머리를 맞대고 누워 있는 부부를 발견했다.


디마는 범행 이후 타워 부부가 사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간 후 울창한 숲속으로 걸어서 도망쳤다.


그는 토요일 아침 체포될 때까지 거의 8시간 동안 숲에 숨어있었다.


사건 현장 / WINK


숨진 로비 타워의 삼촌인 워렌 라인스(Warren Rines)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타워 부부)은 정말 착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 중 누구도 증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디마의 인생에서 그를 도우려고 노력한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디마를 친아들처럼 온 정성을 다해 키웠다"라고 전했다.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에게 버림받은 디마는 우크라이나 고아원에서 살았다.


고아원은 열악했다. 워렌은 "고아원에서 얻어맞아 온몸에 멍이 들었었다. 밥을 먹으러 나가면 핫도그 여섯 개를 먹고 싶어 했다. 밥을 많이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아원은 아이들에게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우크라이나로 여러 차례 기독교 선교, 봉사활동을 다닌 타워 부부의 눈에 들어왔다.


스스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부부는 아픈 과거를 가진 14살 작은 소년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타워 부부는 디마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대함 속에서 과거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디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에서 자주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워렌은 "처음 디마를 만났을 때 그는 복싱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스포츠로서의 복싱을 원하지 않았다. 때리고 싶어 했다. 상처를 주고 싶어 했다"라고 말했다.


로비와 제니퍼는 디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늘 집안은 평온했다.


워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입양되어 오기 전부터 이미 증오심을 많이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3년 전, 양아버지 로비는 디마에게 폭행을 당해 눈에 멍이 든 적이 있었다. 폭행을 견디던 로비는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디마는 일정 기간 동안 양어머니 제니퍼의 친척들과 함께 살도록 보내졌지만, 로비는 아들이 집에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렌은 "그만큼 로비가 디마를 사랑했던 것"이라면서 "부부는 디마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그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사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살해 동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집 전체에 큰 피웅덩이가 있어 장시간 광란적인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INK


경찰은 자정 무렵 이웃이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른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웃의 말에 따르면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여성은 사라졌지만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용의자(디마)가 차량 트렁크를 닫는 것을 보고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액셀을 밟아 경찰과 고속도로 추격전을 벌였다.


결국 그는 차를 버리고 인근 숲으로 도망쳤고 약 8시간이 지난 후 다음날 오전 8시에 연행됐다.


고펀드미 캡처 화면


남은 가족들을 위해 고펀드미(GoFundMe) 기부 페이지를 개설한 워렌은 "로비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이웃들은 지역 매체인 WINK에 "타워 부부는 지역 교회의 고정 멤버였던 점잖고 친절한 이웃이었다"라면서 "정말 착하고,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사람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어려운 환경에서 구해주고 친아들처럼 따뜻하게 품어준 양부모를 끔찍하게 살해한 디마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에 현지 누리꾼들은 "제발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 "이 재판 지켜보겠다", "7년 전 입양을 안 했었더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