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이직을 준비하는 9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지금까지 만났던 학생들 생각을 종종 한다'며 사연을 전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 9년 차,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이직을 준비하는 9년 차 교사 A씨의 사연이 담겼다.
A씨는 "초등교사로 9년 차에 이직 준비 중이다"며 "요즘 교직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해서 지금까지 만났던 학생들 생각을 종종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겪었던 경험을 전했는데 다문화, 이혼 가정 아이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 담겨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A씨는 먼저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3학년과 유치원생 자매를 떠올렸다. 엄마가 도망 간 뒤에 아버지 손에서 자라던 아이들이었다.
가정에서 거의 방치됐던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언니와 동생이었던 듯하다.
A씨가 퇴근하던 길, 철봉에서 떨어져 울고 있던 유치원 동생은 '엄마'하고 우는 게 아니라 '언니'를 찾았다.
3학년인 언니가 유치원생인 동생에게는 늘 믿을 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도 떠올렸다. 당시 한 제자가 친구 실내화를 빌려 한 짝씩 신고 다녔다.
A씨가 "왜 실내화 안 가지고 오냐?"고 묻자 아이는 실내화가 작아서 발이 아프다고 했다. 제자를 타이르며 '부모님께 새 실내화를 사 달라고 말해라'고 했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알고 보니 아이의 엄마는 이혼 뒤 다른 곳에서 새살림을 차린 상황이었다.
A씨는 "엄마는 애 신발 사이즈도 모를 만큼 본지 오래된 거다"며 "그냥 내가 사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빠가 재혼하면서 신혼여행을 떠나 친엄마 집에 체험학습을 가는 학생도 있었다.
당시 A씨는 '감정카드'를 통해 아빠의 재혼에 대한 아이의 감정을 물었는데,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새로운 가족이 생겨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이는 다시 한참 망설이다가 '서운하다'와 '소외되다'라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
자신을 두고 신혼여행을 떠난 아빠와 새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으나 '기대된다'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참아왔던 듯하다.
A씨는 "마지막으로 우리 반 학생이 갈매기 입장에서 썼던 시다. 내가 늘 마음속에 가지고 다니는 부적이다"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아이가 적은 듯한 삐뚤빼뚤한 '하늘을 나는 일'이라는 시가 담겼다.
시에는 '하늘을 나는 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것만 집요하게 하지 않을 거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변을 보지 못하고 앞에 놓은 것만 맹목적으로 쫓는 어른들에게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이 시가 감동을 자아냈다.
A씨가 소개한 가슴 아픈 사연에 누리꾼들은 "참 스승이다", "참다가 갈매기 시에서 눈물 터졌다", "근래에 본 가장 따뜻한 글이다", "어른이 되면서 중요한 것들은 잊고 일만 쫓았는데 갈매기 시 저장해야지"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