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찬성이 은퇴했다. 그토록 바라던 챔피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는 레전드로 남았다.
지난 26일(한국 시간)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선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홀러웨이 vs 코리안 좀비' 메인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3라운드에서 KO로 패했다.
경기에서 진 정찬성은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홀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이 준비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러면서 "저는 3등, 4등, 5등 하려고 격투기한 것이 아니다. 챔피언이 되려고 했는데, 톱 랭커를 이기지 못하니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1라운드는 팽팽했다. 서로 날카로운 펀치를 주고받으면서 탐색전을 벌였다. 그러나 2라운드가 문제였다.
몸통 공격에 이은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은 정찬성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고, 홀러웨이는 조르기를 시도했다.
초인적인 힘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으나 이미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정찬성은 결국 3라운드 '투혼'을 선택했다. 공이 울림과 동시에 가드를 내리고 난타전으로 갔다. 정찬성이 무서운 기세로 계속 펀치를 날렸으나 홀러웨이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날린 주먹이었는데 홀러웨이의 주먹이 먼저 카운터로 정찬성을 강타했다. 안면을 가격당한 정찬성은 쓰러지면서도 다시 주먹을 뻗었다.
비록 패했지만, 그의 이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
격투기 선수들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승리 가능성이 작다면 잦은 타격으로 점수를 내고 판정승을 노리기도 한다. 전력 차이가 크게 난다고 생각하면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찬성은 오히려 주먹을 뻗으며 홀러웨이와의 난타전을 펼쳤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전력으로 끝까지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중계진 또한 "마음이 2라운드 정도 되면 꺾일 법한데, 일반 선수들은 거기서 어떻게든 더 생존의 방법을 찾았을 텐데, 이기기 위해서 들어갔던 거다"고 했다.
쓰러진 정찬성은 글러브를 벗고 팬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쉽게 일어서지 못한 정찬성은 이내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정찬성을 향해 유명 파이터들의 샤라웃이 이어졌다.
찰스 올리베이라는 "진짜 전설이다. 당신의 은퇴를 즐겨라, 코리안 좀비"라고 했고, 아야르 로드리게스는 "진정한 레전드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코너 맥그리거 또한 "잘했다 코리안 좀비"라고 했으며,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놀라운 커리어 축하한다"고 했다.
팬들 또한 "진짜 마지막까지 좀비답게 진 게 너무 멋있었다", "이 양반 갈 때도 엄청 멋있게 가네", "마치 영화와 같았다. 역대 은퇴한 선수들도 이 정도는 없었다", "러시하는 거 자체가 전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