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20cm 흉기 들고 대학로 배회한 60대 남성...'형제 복지원' 피해 장애인이었다

혜화경찰서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무차별 칼부림 난동이 연이어 발생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밤에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60대 남성이 흉기를 소지한 채 대학로 길거리를 배회하며 소리를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60대 남성 A씨의 행동을 엄중한 범죄로 보고 시민들이 느꼈을 공포심 등을 고려해 A 씨에게 특수협박 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영장 심사 과정에서, A씨를 선처해달라면서 '탄원서'로 목소리를 낸 시민들이 있었다.


무려 1015명의 시민들이 탄원서를 낸 이유는 A씨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 씨는 나이가 60대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하지 않다. 태어난 뒤 상당 기간, 출생 등록이 안 된 채로 살았기 때문이다.


1983년이 되어서야 스스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출생 사실을 증명했다. 


이때 1962년생으로 등록되긴 했지만, 그가 실제로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A 씨를 발견한 뒤 20년 이상 A 씨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됐던 피해자다.


형제복지원은 지난해 8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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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이곳에서 강제노동과 폭행 등 피해를 당하다가 겨우 탈출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러한 피해 사실을 진실화해위에 진술해 국가폭력의 피해자임을 공식 인정받았다.


A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 '2급 지적장애'를 판정받은 중증 발달장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능지수는 35~49 정도밖에 되지 않고, 정신연령도 3~7세 수준이라고 한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A 씨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며 자기 생각이나 요구사항을 표현하기 어렵고, '소리 지르기'로 의사를 표현해왔다고 한다.


A 씨 주거지 인근 주민들은 평소에도 A 씨가 소리를 질러왔다면서 공포심을 드러냈는데, 이게 A 씨에겐 '의사 표현'이고 누군가를 해치려는 건 아니라는 게 단체 측 설명이다.


단체 측은 "뇌경색과 급성신부전 등 질환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타인을 해치기도 어렵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이 탄원서를 작성한 취지는 그의 불우한 사연이 흉기를 소지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한계와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전문의와 A 씨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할 계획이며 A 씨가 현재 거주 중인 임대주택의 이웃 주민들과도 만나 A 씨의 건강 상태와 상황을 알리고 ‘불편한 일이 생기면 단체로 연락하라’고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