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뉴욕의 마약 위기가 극에 달하면서 도시 전역에서 마약 중독자를 쉽게 볼 수 있기에 이르렀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평일 아침 도심 한복판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서 있는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인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끔찍한 사례는 지난 16일 오전 11시께 뉴욕 미드타운 웨스트 37번가에서 포착됐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팔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5분이 넘도록 주삿바늘을 빼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는 남성을 보고서도 무덤덤하게 그의 주변을 지나치는 모습이다.
뉴욕 맨해튼의 남동쪽에 위치한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마약과 범죄에 둘러싸여 자랐다는 엔젤 피게로아(Engel figueroa, 55)라는 남성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길 한가운데서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죽은 사람들을 자주 보곤 했다. 이 세상은 전진이 아니라 후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뉴욕의 현 상황은 마약중독자들조차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자신이 마약중독자임을 밝힌 아브라함 황(Abraham Hwang, 32)이라는 남성은 "현재 (뉴욕은) 마약이라는 전염병의 '절정'에 있다"라고 표현했다.
롱아일랜드에 살다가 마약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최근 뉴욕 중심가로 이사했다는 그는 웨스트 36번가 한복판의 빈 상점 앞에서 목에 마약이 담긴 주삿바늘을 찔러 넣으며 "이곳에서 중독이 확실히 더 심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팔에 바늘을 꽂은 남성이 서 있던 곳의 길 건너편에는 중독자들에게 깨끗한 주사기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하우징 웍스(Hosing Works)'가 운영하는 보건소가 있었다.
이곳 앞에는 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하우징 웍스 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캐셔로 일하는 파멜라 플라미니(Pamela Flamini, 45)는 자신의 직장에서 일주일에 수 차례 도난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비영리 단체와 시 당국의 '피해 감소(harm reduction)' 정책을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피해 감소 정책은 마약의 안전한 사용과 신속한 응급조치로 사망사고를 줄이는 것을 중점으로 한 정책이다.
플라미니는 "모든 마약 중독자들이 아침마다 이곳에 와서 긴 줄을 서고 있다"라면서 "마약상들도 이 지역에 숨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라면서 "사람들은 마치 좀비 같다. 와서 물건을 훔쳐 간다"라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맞춤형 자수 디자이너로 일하는 라이언 에이브럼스(Ryan Abrams, 39) 역시 사용한 주사기를 발과 팔에 꽂은 채 피를 흘리는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을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서 마약을 주사하는 모습을 본다.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던지고 피투성이 팔로 달려들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출근길에 매일 테이저건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뉴욕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관광객들에게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영국에서 온 한 관광객은 "매디슨 애비뉴에서 그들(마약중독자)은 스스로 주사를 맞고 있었다.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이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 도시에 왔을 때와 정말 많이 변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의 직장인들은 건물 밖에 약에 취한 중독자들이 자신을 공격할까 봐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한 사무실 건물 관리 직원은 "이 사람들은 미쳐서 아무 이유 없이 더러운 바늘로 당신을 찌를 수 있다"라면서 "목숨을 걸고 이런 식으로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021년 11월, 빌 드블라지오(Bill de Blasio) 전 뉴욕 시장은 미국 최초로 감독하에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시설을 개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뉴욕시 전역에서 급증하는 치명적인 약물 과다복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릭 애덤스(Eric Adams) 현 뉴욕 시장은 2015년까지 안전한 주사 장소 3곳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마약해독성분이 들어있는 비강 분무제 '날록손', 약물 테스트 스트립, 무료 마약 파이프를 조제하는 자판기를 공개하는 등 중독 퇴치를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접근 방식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맨해튼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 찰스 파인 리먼(Charles Fain Lehman)은 "시는 마약 중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감소에 대한 문제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2019년 3월 이후 최소 85% 증가했으며, 2023년 3월 말까지 2,865명으로 집계됐다.
시가 안전한 주사 장소를 마련한 2021년 11월 이후 과다복용 사망자는 2,731명에서 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