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9일(화)

한반도 향해 사람 '조깅'하는 속도로 접근 중인 '카눈'...이게 더 무섭다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태풍 카눈이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눈의 느린 속도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높은 파도가 예상되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것을 부탁했다. 


카눈은 이날 새벽 3시 일본 가고시마 남서쪽 약 140km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 중이다. 오늘 밤 규수 서쪽 해상을 지나 북상해 10일 오전 남해안을 거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 / 뉴스1


현재까지 카눈은 기존 태풍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에 피해를 준 태풍들은 한반도에 접근하는 동안 세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카눈은 현재까지도 세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현재는 시속 15km로 사람이 조깅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분석 중이다. 


태풍이 느리게 움직이게 되면 바다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돼 세력이 더 강해지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내륙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어질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이동 속도가 통상보다 느리기 때문에 내륙에 더 오래 머무르고, 지형효과가 더해지면서 수도권과 강원 영동에서는 전날 예측치보다 예상 강수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온도 변수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현재 대한해협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30도에 이를 정도로 높다. 


카눈은 이런 바다를 지나면서 에너지를 흡수해 위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오전 9시 36분 기준 천리안2A위성이 관측한 동아시아 지역 / 뉴스1


카눈이 우리나라 전체를 관통하는 경로도 이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부터 11일 새벽까지 우리나라를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km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북서진을 거듭하면서 12시간 뒤인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북동쪽 70km 지점에 이르겠다. 


우리나라 중심을 완전히 뚫고 지나가는 형태로 전국이 11일 새벽까지 태풍의 영향권에 속해 폭우와 강풍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눈이 점차 서편으로 향하고 있어 서울을 직접 강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수도권 일대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태풍 북상에 항공편 결항 속출 중인 제주항공 / 뉴스1


현재 비가 내리고 있는 강원 영동과 경상 동해안, 제주는 카눈이 북상하면서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겠다. 이날 오전 전남 남해안과 경남에서 비가 시작되고 오후에는 남부지방 전역과 충청권에서 비가 내리겠다. 


밤에는 수도권과 강원도로 확장돼 10일에는 전국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영동 200~400㎜(많은 곳 600㎜ 이상), 강원영서·수도권·서해5도·충청 100~200㎜, 호남 100~200㎜(전남남해안과 전라동부내륙 많은 곳 300㎜ 이상), 영남 100~300㎜(경상서부내륙과 경상해안 많은 곳 400㎜ 이상), 울릉도·독도 30~80㎜, 제주 100~200㎜(산지 많은 곳 300㎜ 이상)이다.


또한 전남 남해안과 경상 해안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145km 내외에 이르러 강풍으로 인한 피해도 예상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 뉴스1


이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모든 기관이 합심해 태풍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태풍 상륙 전 물그릇을 충분히 확보해 하류를 보호해야 한다"며 "기상 상황과 하천 하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류 대상 댐과 방류량 조정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4대강 보도 집중호우 시 홍수가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비상 상황인 만큼,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