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신입이 직장상사 고를 수 있게 '상사 선택제' 도입하고 이직률 0% 된 일본 회사 근황

사쿠라 구조 홈페이지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일본의 한 회사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부하에게 상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상사 선택제'를 도입한 회사다. 


삿포로시 북구에 있는 이 회사는 '사쿠라 구조'라는 회사로 지난 2006년 설립된 설계 회사다. 100여 명의 직원이 7개의 반으로 나뉘어 있다. 반의 책임자는 반장이다.  


훗카이도신문 등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들은 '반장 매뉴얼'이란 50페이지에 이르는 책자를 받는다. 


이 책자엔 반장이 직접 자신의 업무 스타일 소개한 표가 있다. "공정 관리에 자신 있다", "부하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 등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 '아니다'로 표시돼 있다. 


사쿠라 구조 홈페이지


회사의 직원들은 표와 함께 사장, 다른 사원에게 받은 평가서까지 들어있는 책자를 참고해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1·2지망을 적어 인사 희망서를 낸다. 


그리고 3개월 뒤인 6월부터 자기가 고른 상사와 일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1지망으로 써낸 상사에게 100% 배정됐다고 한다.


사쿠라 구조에 다니는 타마나하 유이치는 2020년까지 6년 동안 부서에서 3년 전 현재의 부서로 이동했다. 


그는 "전의 상사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신인 시절 교육을 담당했던 야마모토  밑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팀을 바꾸는 건) 우리 회사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다나카 신이치 사쿠라 구조 사장 / 사쿠라 구조 홈페이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회사의 이직률은 크게 낮아졌다.


제도 시작 전인 2018년 6월~2019년 5월의 이직률은 11.3%였다. 그러나 제도가 시작된 뒤 이직률은 5.4%로 내렸고 2022~2023년에는 0%였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입사 3년 이내의 신규 대졸 취직자 이직률은 31.5%였다.


다나카 신이치 사쿠라 구조 사장은 "스스로 업무 환경과 상사를 고른 것이니 선택한 사람의 책임도 크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사쿠라 구조 홈페이지


그는 과거 젊은 직원 한 명이 퇴사하던 때를 회상하며 "그 직원은 상사와 업무적으로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뒀는데 상사 때문에 부하직원 경력이 강제 리셋된 느낌을 줘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이에 그는 직원이 원하는 기술을 배우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상사 선택제'를 시행했다. 


부하들의 선택을 받아 반장직을 유지하게 된 상사도 과거보다 더 높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15명의 직원으로부터 선택받은 야마모토 반장은 "솔직히 매년 날 선택할 부하가 없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지만, 지명받으면 책임감이 들고 자신감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4년 동안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2번 발생했다. 


그러나 두 반장은 해고되지 않았다. 현재 이들은 사장의 직속 부하가 되어 관리직이 아니라 영업과 기술과 관련한 현장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상사선택제를 도입한 이후 사쿠라 구조는 건축비를 20% 절감하는 신규 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연간 약 8000건의 설계 업무를 처리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대비 30%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법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달라지고 있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회사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