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학부모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온라인상에도 해당 사건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17년 전인 지난 2006년 23세 여성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부임한 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는 한 달 잔업 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으며 학부모들의 '갑질'로 힘들어했다.
일본에서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비슷한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교권 붕괴'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교사에게 비상식적인 요구와 행동을 하는 학부모들을 일컫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괴물 학부모)'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해당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선망 받던 직업이었던 교사가 '기피 직종'이 돼 현재 '교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 부족'이다.
학생과 학부모들로 인한 스트레스 등 교사가 직면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교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 경쟁률은 2000년 12.5대 1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5대 1까지 떨어져 1979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일선 학교에선 출산이나 질병 등으로 자리를 비운 선생님을 대체할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새 학기에 담임을 맡을 이가 없어 한 학급의 정원을 늘리거나 교장·교감이 임시 담임을 맡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보충수업 담당 선생님이 부족해 자율 학습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중학교 교사를 초등학교에 배치하는 사례도 있다.
교원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교원 면허가 없는 사회인들도 교원 채용 시험을 봐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곳도 있을 정도다.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시작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6월 발표한 국정 기본 방침에 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태 조사를 거쳐 교원 급여와 관련한 법안 개정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교권 추락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일본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폭력 행위 중 약 12%인 9426건이 '학생의 교사 폭행'이었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보다 학부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호소했다. 일본 언론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급식으로 내 달라' '학교 건물 색깔을 아이가 좋아하는 색으로 바꿔 달라' '운동회 단체 무용에서 우리 아이를 가운데 세워달라'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지속적으로 교사들을 괴롭힌다.
2021년 일본에서 정신 질환으로 휴직한 교사는 589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학부모 대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정신 질환으로 한 달 이상 병가를 낸 교사는 1만994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현재의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이 지난 5월에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 조사' 결과 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 가까이는 최근 1년 동안 교직생활을 그만둘지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명 중 1명은 학생의 수업 방해나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제기 등 교권 침해로 인해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