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주, 서른 후반의 아내는 유산을 했다. 크게 통증은 없었다. 피가 흘러 병원에 갔는데 유산됐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남편은 "또 하면 되지"라며 아내를 달랬다.
그리고 다음 날, 주말이면 12시까지 잠을 자던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골프를 치러 갔다. 아내는 남편에게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혼자 집에서 미역국을 끓였다.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유산한 여성의 글이 게재돼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른 초반에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딩크족이 되고 싶다'던 그는 몇 년 동안 부부 관계를 피했다.
아이 없이 서른 후반이 됐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은 그제야 '아기를 갖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관계는 일주일에 겨우 한 번, 한 달에 두 번 겨우 이뤄졌다.
그러다가 40세에 가까운 나이에 운 좋게 임신이 됐다. 딸은 친정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임신 소식을 알렸다. 아버지는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로 반겼다.
남편은 임신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꽃을 사 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임신 정보를 찾아보는 건 오로지 아내의 몫이었다. 왜 피가 나오는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남편은 일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 보려 했다.
남편은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골프를 치러 다녔다.
아내 역시 남편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골프를 열심히 배웠다. 임신하고 골프를 못했는데 남편은 "왜 그때 사준 골프 치마 안 입어? 임신해도 운동은 어느 정도 해야 해"라고 했다.
남편이 골프 치러 가고 혼자서 미역국을 끓여 먹던 그날, 아내는 서운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려다 참았다. 분명 "어제 그래서 밥 사줬잖아"라고 말할 게 뻔해서였다.
아내는 임신 소식을 반가워하던 아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직 유산 소식은 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남편한테 분명하게 따져라. 안 그러면 평생 상처로 남는다", "지금 상황이 정상이 아니다", "이혼하고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있어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몸과 마음에 변화가 찾아오는데, 이는 산모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아빠가 엄마의 몸과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출산에 가까워질수록 거동이 힘들어지는 산모를 위해 남편이 미리 필요한 준비물을 준비하고, 청소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아내와 함께 여러 가지를 체크하며 부모가 되는 준비를 같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