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교도소 들어간 유명 래퍼가 스스로 위아래 '입술' 바늘로 꿰맨 이유

Instagram 'maykelosorbo'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반체제 운동으로 실형을 받았던 쿠바의 유명 래퍼가 수감 생활 중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저항의 의미로 자신의 입을 꿰맨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A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쿠바에서 오소르보(Osorbo)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유명 래퍼 마이켈 카스티요 페레즈(Maykel Castillo Perez)가 피나르델리오에 있는 교도소에서 자신의 입술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자신의 팔뚝에 'Patira y Vida(조국과 삶)'이라는 문자를 새겨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Patria y Vida'는 쿠바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로 오소르보가 제작에 참여했다.


Instagram 'maykelosorbo'


오소르보는 이날 SNS를 통해 "오늘 오후 5시부터는 모든 정치범들의 자유와 나와 동료를 위한 집회를 하려 한다"라면서 "불의가 닥치는 한 팔짱을 끼지도, 입을 닫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입을 꿰매겠다"라고 전했다.


그가 교도소 안에서 어떻게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소르보의 지인은 "오소르보와 통화했는데, 동료와 함께 폭동을 조직했다는 헛소문을 포함해 부당한 구금 과정에서 가혹한 처벌과 식량 제공 제한 등 온갖 학대가 있었다. 의료지원을 제때 하지 않거나 진료 기록을 가족에게 넘기는 것을 거부하는 등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고 하더라"라고 주장했다.


Instagram 'maykelosorbo'


매체에 따르면 오소르보가 저항의 표시로 입술을 봉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 27일에도 카스트로 정권의 탄압에 지속적으로 표적이 되어 왔다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입술을 봉합한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 페이지에 직접 공개한 사진에는 오소르보가 입술을 다물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입에 꿰맨 상처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다음날인 2020년 8월 2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술을 꿰매는 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Instagram 'maykelosorbo'


앞서 오소르보는 2018년부터 쿠바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그는 2021년 5월 체포됐고 한 달 후 모욕죄와 폭행죄 등으로 징역 9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오소르보가) 국가 최고 당국의 명예와 존엄성에 영향을 미치고 분노하게 할 명백한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디지털로 조작된 가짜 이미지를 사용했다"라고 판시했다.


그는 또한 2021년 4월 4일 경찰관 두 명에 대해 폭력적인 행동을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 GettyimagesKorea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 시위로 구금된 시위대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21년 7월 쿠바 폭력 시위 진압 2주년 성명을 통해 오소르보와 같이 부당하게 구금된 정치범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쿠바 감옥에 남아있는 700여 명을 포함해 극심한 탄압에 맞서 용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세계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