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역대급 폭풍우에 급하게 대피하는 사람들.
하지만 한 여성은 침수된 건물 안에 물이 밀어닥치는데도 떠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고양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스위크(Newsweek)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알렉시스 덱스터(Alexis Dexter)라는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평소 고양이를 사랑하던 덱스터는 지난 2020년 8월 버몬트주 최초이자 유일한 고양이 카페 '키티 코너 카페(Kitty korner Cafe)를 오픈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키티 코너 카페에는 무려 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지냈다.
그런데 지난 10일, 미국 북동부 지역에 폭우가 내리면서 버몬트주에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부터 11일 오전까지 버몬트주 일대에 20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으며 이로 인해 곳곳의 도로는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일부 시민들은 카누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이번 폭우는 2011년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허리케인 아이린(강수량 280mm) 이후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폭풍우는 지역 개울과 강을 뛰어넘었고 라이츠빌댐은 최대 저수 용량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 키티 코너 카페가 있는 바레 메인 스트리트에는 물이 넘쳤고 카페 안에는 물이 넘쳐 흘러들었다.
이날 오후 카페에는 덱스터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녀는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당국은 홍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지만, 헬로키티 코너 카페는 그 경계 밖에 있었다.
덱스터에 따르면 오후 5시, 도움을 받으러 건물을 나섰을 때는 이미 물이 정강이 이상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불과 두 시간 만에 물이 건물 안으로 밀려들었고 고양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덱스터는 고양이들은 매장 내 높은 곳으로 옮긴 후 녀석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직접 드라이버와 망치를 이용해 매장 바닥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물이 지하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덱스터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있는 50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을 대피시킬 방법이 없었고 그중 일부는 건강이 아픈 상태였다. 홍수가 악화하는 동안 누군가 밤새 고양이들과 함께 머물러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의 높이와 차오르는 속도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양이를 단시간에 구할 수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11일) 새벽 1시가 되자 지하실에 물이 너무 많이 차 화재 경보가 울렸다. 늦은 아침에는 계단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11일 오후 12시 30분 정도가 되자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기가 다시 들어왔고 가게는 배수펌프를 가동했다.
덱스터의 빠른 판단 덕분에 고양이들은 익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하실은 피해를 입었고 새로 산 세탁기와 건조기를 포함해 많은 물품과 장비를 잃었다.
비는 대부분 그쳤고 물도 빠져갔다.
현재 고양이들과 카페 직원들은 안전하지만, 덱스터는 라이츠빌 댐이 범람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제발 댐이 넘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손수 바닥에 구멍을 뚫은 덱스터에 많은 이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기부를 약속하기도 했다.